우리가 찍혔던.

어떤 만남은 왜 우연보다 정교할까

by적적

https://www.youtube.com/watch?v=d5gf9dXbPi0

비 오는 날에 듣던 노래지 아마도 온종일 들었던 것 같아 같이 들을래요?



어떤 사람은 약속보다 먼저 도착한다.


정확히는 사람보다 먼저 어떤 기분이 도착한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낯설지 않고,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인데 다음 문장을 기다리게 되는 사람.

그런 만남 앞에서 가끔 당황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하필 이 사람이어야 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얼굴과 같은 공기를 나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음료를 고르는 사람,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고도 끝내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는 사람들.



수많은 가능성이 매일 우리 곁을 지나가지만 대부분은 아무 일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지나가지 않는다.

눈에 걸린다.



눈에 걸린다는 건 묘한 일이다. 먼지처럼 털어낼 수도 없고, 가시처럼 아프지도 않은데 자꾸 의식하게 된다. 한 번 마음의 어딘가에 걸린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화가 잘 통했을 뿐이라고. 타이밍이 맞았다고. 그날따라 내가 조금 외로웠다고.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만나면 우선 설명 가능한 크기로 축소하는 습관이 있으니까.

그런데 설명을 끝내도 남는 것이 있다.


왜 그 좌표에서였을까.


수많은 길과 시간과 사람 가운데, 왜 우리는 같은 화면 안에 들어왔을까.

만남은 가끔 오류처럼 발생한다.

평소라면 만나지 않았을 두 사람이 누군가의 지각, 갑작스러운 비, 취소된 약속 하나 때문에 같은 장소에 도착한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작은 오작동이 발생했고, 그 틈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끼어드는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적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89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52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