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Hz.

아직 여기 있는 목소리

by적적


https://www.youtube.com/watch?v=3zuc1lmRQVI

플레이 누르고 잠시만 기다려 줘 제발..


빛은 몇 미터만 내려가도 사라지지만 소리는 어둠을 뚫고 멀리 간다.

그래서 고래는 서로를 볼 수 없는 곳에서도 노래한다.



1989년 북태평양에서 이상한 소리가 하나 발견됐다. 고래의 울음으로 보였지만 주파수는 52Hz였다.

대왕고래나 참고래는 보통 12Hz 정도의 주파수였다. 비슷한 소리를 내는 다른 고래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몇 년 동안 그 신호를 따라갔다.

고래는 넓은 바다를 헤엄쳤고, 목소리는 해마다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 고래를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불렀다.


오래전부터 밤의 바다를 기다렸다.

정확히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에서 돌아오는 어떤 소리를.

밤마다 같은 시간에 해변으로 나갔다.

파도는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부서졌고

젖은 운동화 안으로 모래가 들어왔다.

주머니에서 작은 녹음기를 꺼내 바다를 향해 버튼을 눌렀다.



삐.

그뿐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 녹음기에서 낯선 소리가 발견됐다.



52Hz.



고래의 목소리라고 했다.

한참 그 숫자를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그날부터 편지를 썼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늘은 달이 낮았다.


오늘은 네가 없는지 삼백이십 일째다.

편지는 바다에 띄우지 않았다.

젖으면 글씨가 번지니까.



편지를 접어 서랍에 넣었다.

한 장씩.

백 장이 넘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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