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앉았던 의자

비 내리는 무대에서 오래된 것들을 만나는 일

by적적

https://www.youtube.com/watch?v=hggjZ-FGGkw

오늘 날씨라면 플레이를 눌러도 좋을 거라고 아껴둔 누군가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듯이


자욱하게 비 내리는 소리 틈으로 시인이 불려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시인이 아니라, 한때 시인이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빗물이 창문을 두드리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누군가 나무 의자를 끌었고

오래된 전구 하나가 세 번 깜빡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어느 시간이었어요.

계절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얇고, 하루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오래된 시간이었죠.

눈치채지 못하게 지나갔거나, 지나간 줄 알았던 순간에 딸깍.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스위치를 올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서랍을 잠그는 소리 같기도 했어요. 이상하게도 그 소리를 듣자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한 장면 하나가 켜졌습니다.



무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의자는 네 개였고, 그중 하나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던 것처럼 등받이에 희미한 체온이 남아 있었습니다. 커튼은 조금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빗물이 만든 회색의 풍경이 보였어요. 객석에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공연을 기다리는 것처럼 조명이 켜져 있었습니다.




무대장치는 배우보다 오래 산다는 것을. 배우는 대사를 잊고,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고, 극장은 다른 이름을 달기도 하지만 나무 바닥에 박힌 못 하나는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죠. 누군가 넘어졌던 자리, 누군가 울다가 대사를 놓친 자리,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손을 잡았던 자리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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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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