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것들의 다정함
https://www.youtube.com/watch?v=ZaD7gk7BTwU
진흙 속에 박혀 있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분청사기의 깨진 조각일지도 모릅니다.
비가 오고 풀이 자라고 운동화가 몇 번씩 그 위를 지나가는 동안에도 조각은 제 몸의 흙을 털어내지 못합니다. 깨진 것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말하지 않으니까요.
일기를 쓰다가 멈춥니다.
다정하지 못한 내 안의 작은아이는 오늘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바카라상 아래에 웅크려 있습니다. 지우개 가루와 연필 부스러기 사이에 얼굴을 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니.
묻지 않습니다.
대답을 듣는 순간 그 아이가 더 작아질 것 같아서요.
대신 물 한 잔을 옆에 놓아둡니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놓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가끔 그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니까요.
그댄 오늘도 밝아 보이네요.
나는 웃습니다.
밝아 보인다는 말은... 사람의 안쪽에는 불이 몇 개나 꺼져 있는지 아무도 모르면서 얼굴 하나를 보고 밝다고 하니까요.
아침에 세수를 하다 눈 밑을 오래 봅니다. 어제의 피로가 얇은 그림자처럼 내려와 있습니다. 손으로 문지르면 없어질 것 같지만 그냥 둡니다.
피로도 얼굴의 일부일 때가 있으니까요.
창문을 열자 먼지가 들어옵니다.
다정함도 저런 것인지 모릅니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들어와 햇빛이 닿는 곳에 앉습니다. 오래된 컵 위에 내려앉고, 바카라등 사이에 끼고, 아무도 쓰지 않는 의자의 팔걸이에 잠시 머뭅니다.
나는 금이 간 컵에 물을 반만 담습니다.
가득 담으면 새고, 반쯤 담으면 오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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