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대개 설명할 수 없는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문다
https://www.youtube.com/watch?v=EHfx9LXzxpw
세상은 움직이는 것들에게 상을 준다. 달리는 사람, 성장하는 도시, 매일 업데이트되는 화면. 가만히 있는 것은 대개 뒤처진 것으로 취급된다.
심지어 휴대폰조차 잠시 손에서 놓아두면 스스로를 새것으로 만들겠다며 업데이트를 시작한다.
마음은 느리다. 몸보다 늦고, 계절보다 늦고, 사건보다 늦다. 어떤 감정은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도착한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종종 늦게 나타나는 형사 같다.
현장은 이미 정리되었고 사람들은 돌아갔는데 혼자 남아 바닥의 흔적들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사랑은 움직이는 것보다 멈춰 있는 것들에게 먼저 시선을 준다.
오래 닫힌 창문, 더 이상 울리지 않는 초인종, 누군가 떠난 뒤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의자. 그것들은 사용되지 않지만 버려지지도 않는다. 존재는 남아 있는데 목적만 퇴직한 상태다. 사람들은 그것을 낡음이라 부른다.
어쩌면 그것은 사물이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위해 존재하던 시간을 지나 오직 존재하기 위해 남겨진 시간.
은퇴한 사물들. 직함을 잃고 역할을 잃은 뒤에야 본모습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때쯤이면 정작 본인도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늘 늦게 도착한다. 빛이 먼저 오고 사물이 먼저 서고 나서야 비로소 태어난다.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는 존재.
평생 조연으로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는 존재다. 슬픔도 대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사건은 지나갔는데 감정은 남아 있는 상태. 사랑은 끝났는데 습관은 아직 퇴근하지 못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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