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으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는 기술에 대하여

by적적

https://www.youtube.com/watch?v=gpi6jrdgK3A

마지막에 고른 곡을 바꿔버립니다 플레이 말고 주소를 누르고 넋을 놓으세요


도시에는 이상한 문이 있다. 밀어야 열리는 문도 아니고, 당기면 따라오는 문도 아니다. 그 문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누구의 명령도 없이, 누구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회전한다.


회전문 앞에 선 사람들은 잠시 멈춘다. 급한 사람도 멈추고, 늦은 사람도 멈춘다.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걷던 사람조차 마지막 순간에는 시선을 들어 문의 속도를 가늠한다. 불과 몇 초의 일이다.

문은 이미 열려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열려 있으면서 닫혀 있다. 회전문은 누구에게도 완전히 열리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잠깐의 틈을 허락한다. 사람은 그 틈에 자신의 몸을 맞춰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자동문이다.



대부분의 건물은 회전문 옆에 자동문을 함께 설치한다. 손을 내밀면 열리고, 걸어가면 알아서 비켜선다. 속도를 계산할 필요도 없다. 앞사람의 움직임을 고려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회전문으로 향한다. 더 쉬운 길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것은 마치 조금 더 복잡한 길을 선택하는 일과 닮아 있다. 조금 더 번거롭고, 조금 더 조심해야 하고, 조금 더 타인을 의식해야 하는 길. 어쩌면 관계라는 것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사랑이나 우정을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회전문 앞에서 중요한 것은 문이 아니라 속도다. 앞사람이 어느 정도 힘으로 문을 밀고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걷고 있는지, 다음 칸이 언제 도착할지를 읽어내야 한다. 회전문은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에 몸을 맞추는 일에 가깝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도 상대의 속도를 읽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마음을 열고, 어떤 사람은 성급하게 가까워진다. 어떤 사람은 한 걸음 다가왔다가 두 걸음 물러나고, 어떤 사람은 오래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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