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말의 달리기를 비교하지 마라
요즘 증시를 보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참혹한 주가 하락에 한숨 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화려한 장밋빛 전망만 믿고 올라탔다가 차갑게 식어버린 계좌를 마주하면, 시장이 얼마나 냉혹한 곳인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미래를 선점했다고 자부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하게 식어버린 계좌뿐이었습니다. 바카라에서 경고하듯 갓 짜낸 레몬 같던 싱싱한 소식도 어느새 김빠진 맥주처럼 생기를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시장의 속도를 오독한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배런즈》의 안목을 이끌었던 토머스 펠프스의 고전 『100배 주식 불변의 법칙』은 바로 그 착각의 허를 찌릅니다. 저자는 겉포장만 번지드르한 정보의 거품을 걷어내고, 진짜 가치와 가짜 미끼를 판별하는 단단한 눈을 건네줍니다.
시장에 이미 파다하게 퍼진 소문은 생명력을 잃은 낡은 유령과 같습니다. 껍데기뿐인 훈수와 지엽적인 전망에 현혹될 때, 투자는 지혜가 아니라 요행이 된다.
저자는 적기를 놓친 정보의 허상을 이렇게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아무리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라도 뒤늦게 알려지면 투자 판단을 오도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 이미 반영된 정보는 갓 짜낸 레몬보다도 얻을 것이 없다. 신선한 정보와 오래된 정보의 차이는 방금 뚜껑을 딴 탄산수와 밤새도록 뚜껑을 열어둔 탄산수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123쪽)
나의 MBTI는 ENFJ입니다. 누구보다 치밀하고 세심하게 분석을 해내는 일에 늘 자부심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논술 교육 현장에서 33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온 내공 덕분인지, 주식 공부에 임하는 태도 역시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고3 수험생처럼 관련 서적 100여 권을 곁에 쌓아두고 파고들었습니다. 증권회사 담당자가 내 노트를 들여다보며 마치 전문 애널리스트처럼 공부한다고 감탄할 정도로 치열하게 매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철저하다고 믿었던 분석의 칼날은 엉뚱한 과녁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주목하는 겉보기 좋은 친환경 에너지 테마의 표면만 훑은 채, 당장의 실적이나 본질적인 가치는 외면한 무수한 지표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스스로 남들이 보지 못한 거대한 흐름을 읽어냈다고 오만했던 탓입니다.
그것은 미래를 내다본 치밀한 안목이 아니라, 빛 좋은 개살구에 홀려 허상을 좇은 어리석음에 불과했습니다.
나의 뼈아픈 시행착오를 마주하고 난 뒤에야, 바카라 속에서 저자가 던지는 경고가 비로소 깊게 와닿았습니다. 저자는 지표를 무분별하게 신봉하는 태도의 모순을 다음과 같이 매섭게 파헤칩니다.
"PER을 비교 목적으로 사용할 때의 기본적 오류는 주가처럼 기업의 이익도 비교 가능하다는 암묵적인 가정이다. 시세를 동일한 통화로 표시하는 한, 가격은 비교 가능하다. 그러나 이익의 질과 가치는 기업마다 크게 달라서 소와 말의 달리기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44쪽)
돌이켜보면 나의 과거는 정확히 이 문장 그대로였습니다. 겉모습만 번지드르한 친환경 테마의 주가 흐름과 실체가 튼튼한 우량 기업의 가치를 동일선상에 놓고 저울질했으니 말입니다. 체급도 본질도 전혀 다른 대상인 소와 말의 달리기를 억지로 한 트랙에 올리는 우를 범했던 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테마의 수치에 눈이 멀어 기업이 품은 진짜 이익의 질을 완전히 오판했습니다. 철저하다 자부했던 분석의 허울 뒤에서 뼈아픈 손실만 커져 갔습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와 테마의 수치에만 매달리는 우를 범하는 것은, 비단 기업의 재무적 허상에 속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나아가 펠프스는 그 숫자 너머에 도사린 경영진의 진실성을 냉철하게 직시하라고 당부합니다.
법적으로는 용의주도할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미심쩍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교활한 미로 속에서, 껍데기뿐인 정보와 테마에 의존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국 이는 '나보다 더한 바보'에게 폭탄을 떠넘기려는 어리석은 함정에 빠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승리의 면류관은 세상의 지엽적인 기술이나 남들이 찾지 못한 복잡한 수식을 먼저 쥐어짜는 이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껍데기 같은 정보와 미심쩍은 거품을 맨손으로 걷어내고, 기업의 숨결과 본질적인 이익 창출력을 고스란히 읽어내는 것. 그것만이 수많은 착각의 미로 속에서 자본을 지켜내는 유일한 등대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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