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

'포기'와 '내려놓음'의 한 끗 차이

by큐티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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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과 '치유'의 홍수 속에서



요즘 서점가와 미디어는 그야말로 '나다움', '치유 에세이', '마음공부'의 범람 시대입니다. "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 "타인에게 연연하지 마라"라며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홍수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토록 나를 사랑하라는 외침이 가득한데도, 왜 현대인들의 마음은 갈수록 더 불안하고 무기력해질까요? 어쩌면 우리는 마음을 치유한다는 미명 하에, 내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슬그머니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음 비우기'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속에 은밀한 '포기'를 숨겨둔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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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대표적인 심리 명상가 우러취안의 바카라 『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마음을 서늘하게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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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한 것은 '내려놓음'인가, '포기'인가


바카라의 63페이지를 펼치면, 요즘 시대가 말하는 '나 중심의 비움'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을 매우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저자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혼동하는 두 단어의 경계를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선을 그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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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우리가 '포기'가 아닌 '내려놓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내려놓음'은 번뇌와 고통을 끊어내는 것으로, 끝없는 수련과 연습을 통해 얻어지는 마음이다. 그러나 '포기'는 내가 마땅히 져야 할 바카라임과 기대를 애초에 내려놓는 것으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관심을 주지 않는 상태다."
_ p.63






우리는 흔히 온라인 게임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며 무기력하게 주저앉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노력을 멈추고 관계와 바카라임을 방치하는 '포기'에 가깝습니다.



진정한 내려놓음은 삶을 외면하는 나약한 태도가 아닙니다. 내가 서 있는 일상의 바카라임은 단단히 쥐고 가되, 그 결과에 집착하여 생기는 번뇌와 고통의 연결고리만 매끄럽게 잘라내는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노력을 다하되 결과에 초연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마음공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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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올릴 능력이 있어야 내려놓을 용기도 생긴다



저자는 일상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구체적인 고통을 다루며 매우 단호하고 실천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세상에 나를 함부로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나외는 상관없으니 가만히 참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단단한 선언이 94페이지에 나옵니다.


다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감정의 올바른 경계선입니다. 저자는 "화가 난 감정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분노를 분출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마음에 선을 그어줍니다
_p.238



이때 내 화를 보여주는 목적은 결코 상대를 무너뜨리거나 관계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이 나를 함부로 모욕하지 못하도록, '나를 지키는 단호한 울타리'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가만히 일깨워주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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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면의 중심을 지키고 감정을 다스리려면 역설적이게도 '힘'이 필요합니다. 삶을 단단하게 마주하고 정진하는 힘이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집착을 거두는 진짜 비움도 가능합니다. "들어 올릴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내려놓을 용기도 생긴다"(p.228)의 역설적인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범람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진짜 내려놓음을 연습해야 할까요? 저자는 거창한 조건을 갖출 필요 없이, 가장 기본적인 '호흡'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




『금강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비천하여 진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 염려하는 것도, 혹은 돈을 많이 쓰면 진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도 망상에 불과하다. 평안을 얻으려면 돈을 많이 쓸 필요도 없고,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 필요도 없다.
가장 기본적인 호흡부터 연습해 보자. 들이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에 집중해 보자. 그런 다음 현재 내가 내뱉은 숨과 들이마신 숨을 순수하게 망각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라. 이 과정을 통해 망상을 제거하고 나를 내려놓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호흡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잡념을 없앴다면 그것으로 미미한 해탈을 경험한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수행 과정도 이와 같다."
— pp.248~249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당연한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그 호흡마저 순수하게 잊어버리는 찰나의 순간. 바카라은 그 미미한 해탈의 경험이 곧 진짜 내려놓음의 시작이자 수행의 전부라고 우리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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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망상에 저당 잡힌 삶을 구하는 법



『금강경』의 핵심인 '무아(無我)'의 가르침은 요즘처럼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대에 어쩌면 조금 거북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겉모습에 속아 눈과 마음이 흐려져서는 안 되며 진정한 지혜는 그것을 분별할 때 얻어진다는 42페이지의 경고처럼,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아집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자는 『금강경』의 가장 유명한 화두인 '삼심불가득(과거·현재·미래의 마음은 얻을 수 없다)'을 설명하며, 우리가 쥐고 흔들리는 '마음'의 실체를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베어냅니다.


"여기에 나오는 마음心이란 산스크리스트어의 'citta'를 번역한 것으로 '추상적인 생각'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문장을 풀이하면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하니, 모든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으므로 애초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p.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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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마음에 머물러 후회할 필요도 없고, 미래의 마음을 예측하여 불안해할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지금 이 순간의 마음에조차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205페이지로 이어집니다. 어차피 시간의 결을 따라 시시각각 변해버릴 허망한 생각들인데, 우리는 왜 그 감정과 망상에 온 삶을 저당 잡힌 채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을까요.



바람처럼 왔다가 먼지처럼 사라질 인생입니다. 이제는 '나만'을 외치며 방어적으로 숨어드는 '포기'의 삶 대신, 내게 주어진 을 거두어야 할 때입니다.

내게 주어진 일상을 온전히 사랑하되 흘러가는 감정과 집착을
가볍게 비워내고 싶습니다.

그 '진짜 내려놓음'의 지혜를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이 바카라을 권합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미소가 마음속 깊은 곳에 깃들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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