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 장석주의 글은 피로써 쓴 글이다

by큐티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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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글은 피로써 쓴 글이다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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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석주의 문장 앞으로 돌아가다



며칠 전 장석주 시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결국 이 바카라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은 새 바카라 한 권을 산 것이 아니라 오래전 사랑했던 문장 앞으로 다시 돌아간 것에 더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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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부터 장석주 시인의 바카라을 읽고 필사했습니다. 그의 문장은 이상하게 사람을 붙잡는 힘이 있었습니다. 문장을 읽고 나면 괜히 창밖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고, 밑줄 친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노트에 옮겨 적다가 이유업시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역시 그런 바카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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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카라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소개하는 바카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평생 읽고 사랑하고 끌어안았던 문장들의 기록입니다.



바카라을 읽다 보면 ‘아, 이 사람은 정말 문장으로 자신을 빚어온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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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Friedrich Nietzsche 니체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피로써 쓴 글만이 진정한 글이다.



장석주의 글이 꼭 그렇습니다. 머리로 잘 정리한 글이 아니라, 평생 읽고 쓰며 자신만의 문장을 벼려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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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가 사람을 살릴 때


|어둠 속의 작은 불빛처럼




바카라 제목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촛불 하나로 세상의 어둠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캄캄한 방 안에서도 촛불 하나만 켜져 있으면 사람은 조금 덜 무너집니다. 적어도 자기 손이 어디 있는지, 다음 한 걸음을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는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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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무너지는 날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허무한 날도 있고, 사람에게 지친 날도 있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떤 문장 하나가 그 마음을 붙들어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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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은 그런 문장들을 오래 품고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바카라 속에는 유난히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기다릴 힘을 마모시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설명처럼 읽히지 않았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려본 사람의 얼굴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어떤 시간을 견디고, 끝내 지쳐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 같았습니다.




장석주의 문장은 유난히 체온이 느껴집니다. 잘 쓴 문장이라는 생각보다 오래 읽고 깊이 사유한 끝에 도달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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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어낸 사람의 문장


|바카라을 ‘삼킨다’는 것



바카라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 중 하나는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문장들을 오래 씹고 목구멍으로 삼킨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참 장석주다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바카라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는 문장을 씹고 삼킨다고 말합니다. 이 표현이 독서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처럼 다가왔습니다.




좋은 문장은 빨리 읽히지 않습니다. 한 번 읽고 지나가도 며칠 뒤 다시 떠오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마치 오래 삼킨 문장이 몸 안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천천히 스며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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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제가 장석주의 문장을 필사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문장이 좋아서 따라 썼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문장을 베낀 것이 아니라 장석주 작가가 지닌 사유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좋은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급했던 생각이 조금 느려지고, 흩어졌던 감정들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어쩌면 필사는 단순한 따라쓰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문장을 내 안으로 들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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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글이 오래 남는 이유


|삶을 통과한 문장




장석주의 글에는 유난히 ‘살아낸 사람의 냄새’가 있습니다.


그의 글은 아는 것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래 외로웠던 시간, 불면의 밤, 혼자 바카라장을 넘기던 새벽의 고독 같은 것들이 문장 사이에 가만히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바카라을 읽다 보면 문장보다 먼저 사람이 보입니다.




바카라상 앞에 오래 앉아 있었을 사람.


좋은 문장을 만나면 혼자 오래 기뻐했을 사람.


삶이 허무해질 때마다 다시 바카라으로 돌아갔을 사람.




그런 시간이 문장 안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이 바카라을 읽으며 ‘좋은 문장은 결국 사람을 닮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화려한 표현을 쓴다고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기 삶을 오래 견딘 사람이 쓴 문장은 어딘가 다릅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깊이가 생깁니다.




니체가 왜 “피로써 쓴 글만이 글이다”라고 말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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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도 오래 남은 문장 하나쯤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은 빨리 읽고 덮는 바카라이 아닙니다. 한 문장 읽고 멈추고, 다시 읽고, 밑줄 긋게 되는 바카라입니다.




어떤 문장은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살아가다가 문득 떠오르고, 힘든 날 다시 생각나고, 어느 순간 내 말투와 생각 속으로 스며듭니다.




아마 사람은 자기가 오래 사랑한 문장들을 닮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카라을 덮고 나니 저도 다시 필사하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문장을 오래 붙들고 앉아 있고 싶어졌습니다. 빨리 읽기보다 천천히 읽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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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석주 시인은 평생 문장을 읽은 사람이 아니라, 문장을 자신의 살과 피로 만들어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런 까닭에 그의 문장은
아직도 따뜻합니다.
아직도 사의 마음을 흔듭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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