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창가에 앉아 3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원고지 칸칸마다 빼곡히 들어찬 아이들의 꿈을 읽다 보면, 대개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길을 찾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릴 때가 많았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물음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적 명사만 나열하곤 했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아이들의 눈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아이는 저 좁은 단어 속에 자신을 가두고 얼마나 답답할까.'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富)에 대하여』는 바로 그 좁은 감옥을 부수고 나오는 망치 같은 바카라입니다.
작가는 내가 나를 어떻게 부르느냐가 곧 내가 가질 수 있는 부의 크기라고 말합니다.
"왜 내가 스스로 나를 규정해야 하냐면 존재의 '크기' 때문이다. 남들은 절대 내 크기를 모른다. 그래서 남들은 내 이름을 부를 때 작은 이름으로 부른다. 남들이 부르는 그 이름에 적응하다 보면 작은 세상에 갇히고 만다. (...) 나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다." (p.57~58)
이 문장을 읽으며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 한 명이 떠올랐습니다.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지만, 과학고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던 아이였습니다. 다른 과학고 탈락자들과 함께 학원에 모여 앉아,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규정하며 무기력에 빠져 있었지요. "나는 '과떨이'"라며 자조하고 있었어요.
그 아이에게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라는 바카라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DNA의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고도 노벨상의 영광에서 소외되었지만, 그가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너는 과학고 입시에 떨어진 낙방생이 아니라, 또 다른 길 위에서 진리를 찾는 과학자란다."
자신을 '실패한 입시생'에서 '과학자'로 다시 이름 붙인 아이는 그날 이후 세상을 대하는 눈빛부터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과학고 입시에 떨어진 아이들이 가득했던 그곳에서, 당당히 프로젝트 대상을 거머쥐며 기적 같은 반전을 일구어냈습니다.
그 기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꿈꾸던 대학에 합격했고, 훗날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수십 년의 학원 현장에서 목격한 기적은 언제나 이렇게 '자기를 규정하는 이름'을 바꿀 때 시작되었습니다. 고명환이 말한 '자기 규정'은 단순히 자신감을 갖자는 구호가 아닙니다. 내 인생의 설계도를 내 손으로 직접 다시 그리겠다는 서늘하고도 멋진 결단입니다.
개그맨이라는 화려한 모습 뒤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저자는, 병상에서 고전이라는 거울을 통해 진짜 자기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능력자가 있었다. 그 능력을 깨우기 위해 고전을 읽어야 한다. 내가 개그맨에서 작가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여러분도 거듭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에 깜짝 놀랄 것이다. 고전을 읽으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p.133)
이 대목은 마치 안경 렌즈를 깎으며 우주를 생각했던 철학자 스피노자를 닮았습니다. 세상은 그를 이단아라 부르며 손가락질했지만, 스피노자는 스스로를 '진리를 찾는 자유인'이라 불렀습니다. 렌즈를 깎아 번 돈은 적었을지 모르나, 그가 남긴 생각의 유산은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고명환이 말하는 부의 원천도 이와 같습니다. 세상이 나에게 붙인 가격표가 아니라, 내가 내 가치를 스스로 결정할 때 진짜 부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당연(當然)'이라는 단어를 아주 흥미롭게 풀이합니다.
"'당연'의 한자를 살펴보자. 當(당)이라는 글자에는 '밑바탕, 바닥'이라는 뜻이 있다. 然(연)이라는 글자에는 '불타다'라는 뜻이 있다. 고로 당연의 뜻은 '밑바닥에서 불타오르는 생각'이다. (...) 당신의 목소리를 따라가라. 그러면 돈은 당연히 여러분을 따를 것이다." (p.138~139)
얼마나 가슴 뛰는 말인가요. 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내 삶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부터 타오른 불꽃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33년 교육 현장에서 제가 확인한 진리는 딱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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