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정말 제 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던 시간을 지나
저는 다시 안정적인 온라인 게임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전에도 같은 일을 하며
한동안 온라인 게임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그만둔 뒤에도
부모님은 제가 다시
안정적인 길을 가기를 바라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해도
부모님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은
제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딱 1년만
다시 안정적인 일을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제가 모은 돈으로 무엇을 시작하든,
그때는 제가 원하는 길을
선택해 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고
다시 같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주어진 일을 하고,
퇴근하는 생활.
겉으로 보기에는
다시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계속 같은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해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마음은 자주 오갔습니다.
부모님과 약속한 것은
1년이었지만
그 시간을 모두
채우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겼고,
저는 결국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계획했던 퇴사는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준비한 뒤
제가 원하는 일을 시작해보려 했던
계획도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된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고 나서야
부모님도 제게
해보고 싶은 것을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걱정 반, 설렘 반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안정적인 길을 찾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번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온라인 게임생활을 하며
모아두었던 돈이 있었습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제게는 처음으로
제가 원하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써보고 싶은 돈이었습니다.
꽃을 더 배우고 싶었고,
식물을 더 알고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제 손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건네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제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름이었습니다.
사실 그 이름은
훨씬 전부터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꿈을 물어봐 주었던
그 사람이 건네준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공기정화’, ‘긍정화’처럼
제 이름인 ‘정화’를 담은 말을
닉네임처럼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제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꽃집을 하게 되면
바른 꽃정화는 어때?”
그리고는 이름의 뜻까지
하나씩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바를 정에 꽃 화.
정화, 네 이름도 되고
공기정화도 되고.
어때, 바른 꽃정화?”
그때는 그 말을
그저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정말 꽃을 직업으로 삼게 될지도,
그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될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름은 오래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역시
바른 꽃정화였습니다.
한때 누군가가 건네준 이름이
시간이 흘러
제가 시작하는 일의
첫 번째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바른 꽃정화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작은 오피스텔 하나를 얻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작업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처음으로 제 선택으로 만든
나만의 공간이었습니다.
큰 간판도 없었습니다.
음료 냉장고 두 대를
꽃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고,
작은 테이블과
작업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꽃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만 배우기보다
잘하는 분들이 있다면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꽃을 어레인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포장을 배우고,
제가 모르는 것을
하나씩 채워갔습니다.
일은 시작했지만
배우는 것만큼은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내 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태도가 필요한지를
몸으로 배우던 시간이었습니다.
오피스텔 창으로 들어오던 햇살.
작은 테이블
그 주위에 놓여 있던 꽃.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내려가던 노트.
그 공간은 제게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었습니다.
막연했던 꿈이
조금씩 구체적인 모양을 갖추고,
바른 꽃정화가 처음으로
자라기 시작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작은 공간에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동네에서 부동산을 운영하시던
중개사님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있던 지역에는
가까이 이용할 만한 꽃집이 없었습니다.
오피스텔에서 꽃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찾아오셨다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SNS와 블로그를 통해
제 작업을 하나씩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것을 남기고,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며
그날그날의 작업을
조용히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기록을 보고 한 사람이 찾아왔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바른 꽃정화를 아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중개사님이
제 작은 공간을 둘러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상가 자리 있는데
거기서 매장 운영해 보는 건 어때요?”
사실 저도
마음 한편으로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매장을
한번 운영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려고 하니
두려웠습니다.
월세를 내야 했고,
매일 문을 열어야 했고,
무엇보다 당시의 제게는
상가를 시작하기에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개사님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부모님과 상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중개사님은
부모님의 연락처를 받아가셨고,
직접 통화를 나누셨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도 엄마와 마주 앉아
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늘 안정적인 길을 바라셨던 엄마였기에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가 먼저 용기를 내주었습니다.
“한번 해봐.
엄마가 도와줄게.”
그 말이
제게는 참 크게 들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던 엄마가
이번에는 제 선택을
함께 믿어보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애 첫 상가 매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작은 오피스텔 안에서 시작했던 일이
처음으로 거리에 문을 내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감사한 만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습니다.
좋은 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꽃 한 송이를 포장하더라도
조금 더 마음을 쓰고 싶었습니다.
꽃을 사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습니다.
누구에게 주는 꽃인지,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지.
그 이야기를 듣고
그 마음에 어울리는 꽃을
골라주는 일이 좋았습니다.
한 번 찾아왔던 분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분들이 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기도 했습니다.
매장이 바빠질수록
제 하루도 함께 바빠졌습니다.
새벽이면
꽃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왕복 네 시간을 운전해
꽃을 사 왔습니다.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꽃을 손질하고,
문을 열고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잠은 늘 부족했고
몸은 늘 피곤했습니다.
그런데도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까요.
일을 시작하면서
제 안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의 저는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마음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 마음보다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도
제 삶에서 사랑은
여전히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제 안에
또 하나의 세계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배우고 싶은 것.
내가 잘해보고 싶은 일.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
하루를 살아보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꽃을 시작했다고 해서
갑자기 제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사람에게
마음을 많이 주었고,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조금씩 ‘나의 삶’도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가족도 함께 있었습니다.
바쁜 날이면 부모님이
매장에 나와 청소를 도와주셨고,
꽃을 다듬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정신없이 움직이는 동안
말없이 필요한 일을 찾아
곁에서 손을 보태주셨습니다.
그때는 너무 바빠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른 꽃정화의 첫 번째 매장은
저 혼자 만든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제 가능성을 먼저 믿어준 사람의 말,
제 선택을 믿어준
부모님의 마음,
작은 오피스텔까지 찾아와 준 사람들,
다시 매장을 찾아와 준 손님들,
그리고 매일 꽃을 만지며
하루를 살아낸 제 시간이
하나씩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저 눈앞의 하루를
살아내기에 바빴습니다.
새벽에 꽃을 사러 가고,
꽃을 다듬고,
사람을 만나고,
다음 날을 준비했습니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꿈은
처음으로 문을 가진 공간이 되었고,
저는 그 안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해서
제 삶의 모든 부분이
한꺼번에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에서는 조금씩
제 선택을 하기 시작했지만,
사랑 앞에서는 여전히
저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던
어린 마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는
그 시절의 사랑과 함께 떠오르는
꽃 한 송이가 있습니다.
스위트피.
그 꽃에는
이런 꽃말이 있습니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