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란을 좋아하게 된 뒤에도
저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많았습니다.
예쁜 공간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했고,
무언가를 만들고 꾸미는 것도 좋아했고,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꽃과 식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내 삶의 길로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제 선택을 믿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게 어느 날
한 사람이 의외의 질문을 건넸습니다.
“정화야, 너의 꿈은 뭐야?”
그분을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우연한 자리였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던 날,
친구의 남자친구가 함께했고,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더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술도 잘 마시지 못했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괜히 더 경계하고 날카로워지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고,
스스로도 불안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 커플의 권유로
한 번쯤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분은 제게 물었습니다.
“정화야, 너의 꿈은 뭐야?”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질문 하나에
저는 멈추지 않고
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
해보고 싶은 일들,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
막연히 꿈꾸던 미래까지.
정신을 차려보니
세 시간이 넘도록
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분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때 네 눈이 정말 반짝였어.”
그전까지는
저도 제 안에
그런 눈빛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제 눈이 반짝인다는 것을.
그 시절의 저는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스스로를 믿지는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안정적인 길을 가기를 바랐고,
저 역시 오랫동안
안정적인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도 되는지,
그 선택으로 정말 살아갈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분은 종종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넌 잘될 것 같아.”
“생각보다 훨씬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야.”
“좋아하는 일을 해봤으면 좋겠어.”
그 말들은
당시의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모습을
누군가 먼저 알아봐 주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질문 하나로
제 삶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흔들렸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고,
다른 사람이 바라는 삶과
제가 원하는 삶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조금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면,
그때부터는 아주 조금씩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쥐란을 시작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식물들.
예쁘면 한 번씩 사서
곁에 두었던 꽃들.
아직 그것이
제 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그분과 어떤 관계였는가보다
제게 건넨 질문 하나가
더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신 정해주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가능성을
스스로 한번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분은 제게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제 눈이 반짝인다고 말해주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한번 해봐도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 질문 이후에도
저는 여러 번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주 작은 용기가 남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
그 작은 용기는
당장 제 삶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아주 천천히
제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분과 함께 기억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은
개나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