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by내마음정화
다시, 땅에서부터

3월부터 8월까지.

약 다섯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자격증을 준비한 시간이 아니라,


저 자신을 다시

세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시간

도면을 읽는 일도,

축척을 이해하는 일도,

CAD도,

수목의 이름도,

생태를 공부하는 일도

모두 처음이었습니다.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걸어도 될까.’

‘지금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하지만 공부를 계속할수록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공부는 단순히

정답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일이었습니다.


꽃만 바라보던 저는

공간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공간을 이해하면서 사람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저는 막내였습니다.


늘 혼자 일하던 저에게

함께 공부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어색했지만 따뜻한

쉬는 시간마다

작은 간식을 건네주시던 따뜻한 마음,


별것 아닌 대화들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던 저는


그곳에서

다시 사람을 믿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응원하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제 또래의

언니,오빠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저보다 훨씬 연세가 많은 분들이

새로운 꿈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계셨습니다.

함께여서 배운 것들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꿈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배움에도 늦음은 없다는 것을.


그분들의 모습은

제게도 큰 용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꿈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을

첫 시험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단 한 문제 차이였습니다.


결과를 확인한 뒤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조용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괜찮은 척했지만,

엄마는 짧게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 다음에 다시 보면 되잖아.”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참고 있던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날 흘린 눈물은

시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다섯 달 동안 생활도 미뤄두고,

브랜드도 잠시 뒤로한 채,


저를 믿어준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버텨왔던 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좌절보다는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제대로 공부해 보자.’


그때부터 저는

제게 맞는 공부 방식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시험에 필요한 내용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공부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이해해야 했고,

원리를 알아야 했고,


하나를 배우면

그 끝까지 파고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합격을 위한 공부보다,

평생 써먹을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바카라을 펼쳤습니다.

다시, 제 방식으로

이번에는 합격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았습니다.


대신 제대로 이해하고,

제 방식으로 천천히

배워가기로 했습니다.


돌아보면

조경기사를 준비했던 시간은

자격증 하나를 얻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붙잡는 법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제 속도를 믿는 법을 배웠습니다.


결과는 잠시

늦어졌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저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다시 바카라을 펼쳤습니다.


이번에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평생 걸어갈 길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내마음정화 · 바른꽃정화

이 글은 정화가 직접 쓰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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