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by내마음정화

시그니엘에서의 작업을 마친 뒤,

제 마음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공간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제는 감각만으로

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경 공부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경 기능사를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며칠만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다시 배우기로 한 사람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은 차분했습니다.


실망보다 먼저 찾아온 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배움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험장을 나오자마자

학원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필기는 떨어졌는데

실기반부터 먼저 등록할 수 있을까요?“


“실기를 배우면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원장님과 부원장님은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시간

그렇게 저는

도면을 그리고,

식물을 배우고,

흙을 만지며,


조경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이어가던 어느 날,


부원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정화야.

여기서 멈추지 말고

조경기사까지 해보자.”


원장님도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정화는 기사까지 해야 해.

충분히 할 수 있어.”


그 말씀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습니다.


제 가능성을 먼저

믿어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조경 기사는

‘하면 좋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가봐야 할 길’이 되었습니다.


물론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사 과정은 기능사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고,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도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도 계속 운영해야 했고,

생활도 이어가야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

그 마음 하나였습니다.


조심스럽게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

제가 정말 가고 싶은 길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짧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정말 네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끝까지 해봐.”


그 말은 허락이 아니라

다시 한번 저를 믿어준 마음이었습니다.


그 믿음은

더 큰 바카라임감이 되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다짐이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기능사 공부를

다시 이어갔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차분하게.


결국 필기에 합격했고,

실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조경 기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오래 머문 공간을, 제 손으로

더 깊이 배우기 위해

오랫동안 함께했던 로드 매장을

제 손으로 정리했습니다.


철거부터 바닥과 벽의 페인트 복구까지,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마무리했습니다.


쉬운 결정도, 쉬운 작업도 아니었습니다.

그 공간에는 제 청춘과

수많은 시간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혼자 작업을 마치고 나니

옷과 손에는 온통

일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몸은 지쳤지만

제 방향만큼은 분명했습니다.


매장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브랜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른꽃정화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로드 매장을 정리한 뒤에는

작은 작업실을 마련했습니다.


공간은 작아졌지만,

제가 하는 일까지

작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담이 들어오면 직접 찾아갔고,

현장으로 달려갔으며,

작업과 기록도 계속 이어갔습니다.

공간이 달라져도

그리고 공간이 달라진 뒤에도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꽃 한 다발이 필요한 날이면

작은 작업실에서 꽃을 만들었고,


현장이 필요하면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공간의 크기와 형태는 달라졌지만

제가 일을 대하는 마음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을 오래 해나가기 위해서는

공간보다 결국


사람에게 남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저를 성장시킨 것은

합격증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불합격한 뒤

용기를 내어 걸었던 전화 한 통,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고

선택했던 마음,


그리고 배운 것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움직였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평생 배우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 내마음정화 · 바른꽃정화

이 글은 정화가 직접 쓰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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