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바카라을 자랑해 보고 싶다.
바카라의 내용은 저자의 작품이지만, 바카라의 형태는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형태를 만드는 것은 원고의 내용과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예비 독자들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받고 선택받을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다.
원고가 모두 입고되었을 때 고민에 빠졌다. 우리의 시작은 소박한 문집이었다. 글빵에서 혼신을 다해 구운 ‘환승’을 모아 바카라으로 펴내는 것. 그런데 아무리 주옥같은 문장이 많고 글이 좋아도 26개의 원고가 가나다순으로 나열되면 지루해진다.
그런데 작가님들의 글은 하나하나 심장을 후볐다. 단지 편집자로서 홍보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부모님의 뜻을 거역하지 못했던 시절, 진로는 뚜렷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길을 갔던 시절, 아이들을 키우며 나를 지웠던 시절, 다시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순간이 작가님들의 글에 또 다른 모습으로 있었다.
우리는 개별자이면서 그 모든 환승을 이루낸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나열만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편집자적 사고가 발동했다. 이 좋은 글이 더 독자에게 맞닿을 수 있도록 꾸며야겠다고 결심한 게다.
글을 분류했다. 크게 나눠 놓고 보니 4덩이가 되었다.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있게, 그것도 각 묶음의 편수가 크게 차이 없게 나눌 수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처음부터 나누라고 해도 하기 힘들었을 텐데, 우리 작가님들은 알아서 척척 자기 글을 썼는데, 내가 분류한 카테고리에 착 들어갔다.
과거는 사랑하기가 힘들다. 대체로. 나도 잘했던 기억보다 못했던 기억, 후회로 남았던 기억이 크게 남고, 무엇보다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주어진 환경이 증오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런 모든 과거가 돌아보니 아름다웠다고 미화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와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고단했던 다채로운 삶에서 배우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서 깨닫는다. 가족 안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고 가족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지나서도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보기도 한다. 그런 과거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앞으로 또 환승할 때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됨을 안다. 놀랍게도 작가님들의 글은 개별적이지만 묶어보면 우리 인생사가 고스란히 있다.
노선 1에는 My Way, 박상희, 세렌뽕구, 연하일휘, 윤태정(조선여인), 이열하 작가님이 참여했다.
살면서 두려운 것 중의 하나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완전히 낯선 곳으로 이동, 이사 이주하는 것일 테다. 나는 잠깐이라도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는커녕 아예 낯선 동네로 이사한 적도, 심지어 자취조차 한 적이 없다. 결혼해서도 살던 동네에서 산다. 그래서 그런 도전이 대단히 대단히 대단해 보인다. 노선2에서는 그런 나의 뿌리를 옮겨 심는 결정과 그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부대낌, 즐거움을 담았다.
이주와 통합을 개인사가 아닌 백정의 역사적 사실을 풀어주고 현재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환기하여 이 장의 포문을 연 글부터 예사롭지 않다. 거주하는 집을 소재로 한 두 작품의 시선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식은 다르지만 가족을 대하는 살뜰한 마음과 이사를 통해 겪은 가족의 서사에서 가족과 집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게 한다. 서울에서 제주로, 한국에서 호주로 아예 이주, 이민을 선택한 환승도 있다. 일,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어려운 결정이 삶을 통째로 뒤흔들지만, 옮겨 심은 자리에서도 꽃은 핀다. 그 짙은 향을 맡아 보시기를 권한다.
노선 2에는 글터지기, 써니네유니, 이디뜨, 킹스톤, 호주아재 작가님이 참여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것과 같다. 그 고민이 젊을 때만 있고 나이 들어서는 쭉 한 길로만 가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것 참 밋밋한 삶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부터 나이든 세대까지 각자의 삶에서 중요한 환승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제 막 슬롯에 던져진 청춘의 고민, 때로는 한 방향으로 때로는 갈지자로 휘청거리며 꿈을 찾아, 적성을 찾아, 포부를 찾아 환승하는 이들의 고민이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담았다. 환승의 경험은 다음 환승의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환승역을 찾아 나서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정착할 곳을 향해, 가족의 선장이 되어 목적지를 향해, 나만의 언어와 지도로 노선도를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의 미야 작가의 환승이 오늘의 이 프로젝트를 이끈 시작이 되리라 당시 미야 작가는 알 수 있었을까. 한 치 앞도 모르는 미지의 숲으로 달려가리라 한 당시 미야 작가가 도착한 곳은 온라인카지노와 글빵연구소, 그리고 이제는 글빵라디오가 되었다. 우리 작가님들도, 독자님들도 모두 가지 않은 길을 한 번쯤은 택해 보길 권한다. 지금은 예견할 수 없는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노선 3에는 김정섭, 미야, 보리아빠, 빛나는, 유연, 조종인, 최인애(보니또글밥상), 혜윰길(잇고) 작가님이 참여했다.
사실 온라인카지노에서 글을 쓰는 우리는 글쓰기를 시작하여 ‘작가’라는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이 바카라에 참여한 작가님들도 그렇다. 이 노선은 순전히 편집자의 월권으로 글을 배정했다. 즉, 다른 노선에 있는 작가님들도 실은 ‘작가’라는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출간 작가가 되었거나, 출간 작가가 되는 중임을 알린다.
실패의 끝에서 글을 쓰고, 글을 쓰며 자신감역으로 환승하며, 진정한 내 이름과 마주한다. 머나먼 이국에서도 쓰고, 응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글쓰기 비행을 시작한 카나리아가 되며, 여생에서도 끊임없이 쓴다. 그래서 모두 진정한 나에게로의 환승을 이루어 낸다.
노선 4에는 고요한 동산, 김운, 눈물과 미소, 박영선, 태이린(회색토끼), 하빛선, 해온(해이) 작가님이 참여했다.
부록과 표지에 대해서도 자랑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 자랑은 차후 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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