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 영화광은 왜 다시 영화관을 찾는 걸까

셀프 이용 행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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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쉬었음 청년으로 지내면서 누리는 행복 중에 하나가 영화 개봉일에 한적한 동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가 2.08회라고 합니다. 저는 2025년에는 3편의 영화를, 2026년 상반기에만 벌써 3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고 하반기에는 최소 4편의 영화를 더 관람할 예정입니다.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데 왜 저는 다시 영화관을 찾고 있는 걸까요?




01. 영화관 이용 행태 셀프 분석

저는 OTT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부터 모바일로 영화를 즐겨 보곤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모바일로 보기 시작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구글 플레이 영화와 네이버 시리즈온을 통해 대여 또는 소장한 영화가 무려 240편이고 그 비용은 55만 원에 달합니다. 사실상 2015년과 2016년에만 130편의 영화를 볼 정도로 당시에는 TVOD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는 헤비유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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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pooq(현 Wavve)과 같은 OTT(SVOD) 서비스를 통해 드라마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이에 따라 TVOD 영화 구매 건수(소장&대여&무료)도 함께 감소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8년에는 TVOD 구매 건수가 반등했습니다. 특히, OTT에서 제공되지 않는 영화, 소장가치가 있는 영화, 굿즈 증정 이벤트 등이 주요 구매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로 영화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TVOD 구매 건수 역시 대폭 줄었습니다. 대신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영화 소비 방식이 변했고, 현재까지도 TVOD는 낮은 수준의 이용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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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VOD 영화광이었던 반면 영화관은 2015년부터 2025까지 연평균 1.4회 방문하는 소극적인 이용행태를 보였습니다. VOD는 영화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n회 시청 가능하고, 놓친 장면이나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또, 모바일 기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영화를 즐길 수 있기에 OTT 서비스의 확산과 함께 저의 주요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다시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02. 왜 영화관을 다시 찾을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통해 언제든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다시 영화관을 찾게 되었을까요?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한 선택을 넘어, 영화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tempImagemVK8HG.heic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앱 로고

(1) 경험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4D, IMAX 같은 특수 상영관이나 콘서트 실황, 스포츠 중계 같은 얼터콘텐츠가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은 아닙니다. 그저 영화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우리가 예전에 즐겼던, 아주 평범한 경험입니다. 요즘에는 혼자 VOD로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PIP 모드로 멀티태스킹을 하며 영화를 시청하거나 배속과 건너뛰기로 시성비의 콘텐츠 소비를 하죠. 또, 영화가 끝나자마자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기 바쁩니다. 심지어는 여운을 즐기기 위해 유튜브에서 영화 리뷰 영상을 볼 때조차도 알고리즘에 의해 여운이 금방 사그라지기도 합니다.


영화관은 일상에서 벗어나 외부의 방해요소 없이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최소한 상영관을 나와 팝콘통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영화의 여운을 되새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상영이 끝난 직후에는 정제되지 않은 생생한 반응과 감상을 통해 영화의 여운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추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2) 혼영

혼자 취미를 즐기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서,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 또한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즐기고 싶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영화관에서는 언제든지 이러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특히, 평일 오전이나 평일 저녁 시간에 동네 영화관을 가면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 안팎의 사람들과 같이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마다 선호하는 자리에 앉아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느슨한 연대와 유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또, 공연장이나 전시회장 등에서 즐기는 문화생활 대비 영화관은 진입장벽이 낮아 혼자서도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으며, 쾌적한 환경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가장 가까운 휴양지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모바일 영화 예매 및 매점 예약 서비스의 확산은 이용 편의성을 높이며 '혼영'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3) OTT와 유튜브

OTT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취향 저격 영화를 발견하는 재미를 경험하면서, '천만 영화'나 '흥행작'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탐색 경험이 영화관으로도 확장되었습니다. 또, OTT로 보고 싶은 콘텐츠,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에 대한 나름의 기준도 세워졌습니다. 설령 영화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를 관람하게 되더라도 이 또한 탐색 경험이자 콘텐츠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된 것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다양한 관점의 영화 리뷰는 즉각적인 관람 욕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신 영화는 VOD 서비스에서 공개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고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작품은 영화관에서 먼저 관람하게 됩니다. 또 스포일러를 피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람평을 나누며, 빠르게 변하는 문화 트렌드에 합류하기 위한 욕구 역시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03. 영화관의 온라인 전략은 통했을까?

영화관은 특수 상영관, 얼터콘텐츠, 굿즈 등의 오프라인 경험 확장뿐만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도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사용자가 직접 선호 또는 해당하는 클럽에 가입하여 가입 혜택 및 미션 달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클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한 혜택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소속감과 지속적인 서비스 이용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tempImagePK4EhV.heic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클럽 서비스 페이지


CGV는 커뮤니티 서비스인 '씨네톡'을 통해 영화 및 영화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활동에 따른 배지 지급으로 사용자 참여와 로열티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커뮤니티 기능이 비교적 단순한 기능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아쉬웠는데요. 영화 장르별 및 커뮤니티 주제별(쿠키 등의 영화 관람 팁, 영화 질문, 스낵 후기 등) 카테고리 세분화, '연인과 보기 좋은 영화, 재개봉하면 보고 싶은 영화' 등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투표 기능, 시네마 인플루언서 리뷰 등으로 보다 영화 맞춤형의 커뮤니티로 고도화한다면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탐색 경험도 함께 향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앱 전반에 걸쳐 영화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용자가 영화에 대한 이해와 기대감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영화관에서의 경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점은 예매 서비스 그 이상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롯데시네마는 엘포인트와 연계한 '포인트 미션' 기능을 통해 게임, 구독 등의 활동으로 포인트 적립을 받아, 영화 예매나 매점 상품 구매 시 할인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tempImageZ0xHGI.heicCGV 씨네톡, CGV 메인 페이지, CGV 미니언즈 섹션, 롯데시네마 포인트 미션


이처럼 다양한 부가 기능이 영화에 대한 관심과 서비스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해당 기능을 목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영화관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콤보 할인이나 예매 할인 쿠폰처럼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이 영화관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혜택 지원만으로 지속적인 이용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며 쌓이는 경험과 추억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과 애정이 결국 장기적인 충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04. 작지만 핵심인 파이

영화관 관련 리서치를 보면 저와 같은 사용자는 꽤나 작은 파이에 속한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시성비를 고려하여 리뷰와 별점 등의 객관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특수 상영관이나 얼터콘텐츠 같은 특별한 경험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몰입감 있게 영화를 경험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듯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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