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87)
(사진 - 뉴시스)
소방관이라는 말을 들으면 뜨거운 불길속으로 물을 내뿜는 사람을 연상하기 쉽다. 아니면 아픈 사람을 구조하여 병원으로 달리는 구급차 속에서 응급처치를 한다거나... 그런데 요즘 같은 가뭄이나 폭염에는 소방관이 뭐 할 게 있겠냐 싶겠지만 할 게 있었다... 이런 날씨에도.
어제, 극한 가뭄과 폭염으로 용수부족을 겪는 경남지방에 소방총동원령이 내려져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의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관 400여명이 경남지방으로 급파되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그렇게 급파된 소방관들이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에 물을 뿌리는 모습이다. (더 많은 사진은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볼 수 있다.)
https://v.daum.net/v/20260812133106613
제일 위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저 논바닥처럼 타들어가던 농부 아저씨(우측 검은 옷 추정)가 자기 논에 물이 들어가는 걸 보고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벌리며 웃고 있다. 얼마나 좋으시겠나, 세상에서 제일 흐뭇한 장면이 자기 논에 물들어 가는 거 하고 자기 자식 입에 밥들어가는 거랬는데, 자기 논에 물이 들어가고 있으니...
내가 근무하는 119안전센터에서도 탱크차 한대와 동료 소방관 2명이 오늘 아침부터 경남 양산에 파견되어 저렇게 땡볕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으론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소방관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 뿌듯할 테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더위에 참으로 고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이 또한 소방관의 사명일 텐데... 그런 고생 뒤에 그걸 알아주는 국민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그리고 어제는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국립 소방병원 개원식이 있었다.
https://youtu.be/gRP_PJtphz8?si=OKGnO6JYGzf-JpvT
충북 음성에 개원한 이 국립 소방병원에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셨는데 그 자리에서
'국민 생명을 구하는 영웅을 지키는 게 곧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아울러 "전체 공무원 직군 중에서 가장 짧은 평균 수명, 또 일반 국민에 비해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 유병률까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그 순간이 정작 여러분의 몸과 마음에는 큰 상처로 남아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말 소방관들은 불이면 불, 물이면 물, 폭염이면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국민의 영웅이 아니던가, 하지만 평생을 그러다가 얻은 여러가지 병들은 그 영웅들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노후에는 그런 병들과 사투를 벌이다 다른 공무원보다도 빨리 세상을 뜨는 직군이 바로 소방관 아니던가? 나도 그런 선후배들을 여럿 봤기에 이런 소방관 전문병원이 빨리 생기기를 바랬고 그래서 내 바카라을 팔고 들어오는 인세를 모아서 소방관 병원이 생기는데 기부하고자 했건만 그것보다 먼저 이렇게 소방 병원이 '떡'하고 지어지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소방병원을 빨리 건립하게 해 주신 이재명 대통령님을 비롯한 윗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소방병원으로 인해 현장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소방관들이 하루 속히 쾌유할 수 있는 고귀한 곳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소방관으로서 바램이 있다면 이렇게 여타 공직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소방관의 수명을 생각하면 소방관의 연금 지급 개시일이 좀 더 당겨져야 하지 않나 싶다. 소방관들은 평균 수명이 낮기 때문에 퇴직하고 나서 연금을 좀 받다가 금방 하늘나라로 가시기 때문이다. 현행 소방관들의 퇴직연령은 60세인데 연금개시 연령은 65세이다. 그렇게 한 십년쯤 연금을 받다가 한 75세쯤 되면 하늘나라로 가시기 때문에 여타 공무원들에 비해 현저히 연금수급기간이 짧은 것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퇴직과 동시에는 소방관들의 연급지급이 개시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현재 이 문제로 관련부처에서도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정년연장과 맞물려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의 위해 이 더운 여름에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겨울이면 화마와 사투를 벌이다 노후에 몸과 마음에 병이 들어 일찍 세상을 뜨는 소방관들의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그들의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좀 더 당겨주는 것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국민 생명을 구하는 영웅을 지키는 길' 중의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