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86)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 인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또다시 화재가 났다. 지난 2021년, 이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한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지 오년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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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에서는 사망자는 없었지만 소방관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https://youtu.be/03z_0uZur2M?si=4bFPhMI5bmTCXPEp
오늘에야 큰불은 잡히고(초진) 잔화정리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번 화재에서도 소방관 2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명은 사다리차 기관원으로 유독가스를 마셔 산소치료를 했다고 들었고 나머지 한명은 탈진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 사다리차 기관원은 불이 난 건물에 진입하지 않는다. 건물 외부에서 사다리를 펼쳐서 인명구조를 하거나 불이 난 건물을 향해 물을 쏘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그 차를 모는 기관원이 유독가스를 마셔서 치료를 받았다니, 얼마나 많은 유독가스가 건물 외부로 나왔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면 건물 안은 그야말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을 텐데 공기호흡기 하나에 의지해서 건물 내부로 진입해서 화재를 진압하는 화재 진압대원은 얼마나 많은 유독가스에 노출된 것일까?
그리고 현장에서 탈진한 대원은 어떤 보직을 맡았는지 알 수 없지만 탈진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화재 진압대원일 듯 싶다. 요즘 같은 날씨에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무거운 공기호흡기를 차고 저 뜨거운, 화재가 난 건물 안으로 들어가 화재를 진압하다 보면 탈진 안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거기다 실수로 한 모금의 유독가스만 마셔도 그의 생사는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내가 있는 부산은 올해 그다지 대형화재는 없었지만 더운 여름이 되어 방수복을 입고 활동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온몸에 땀띠가 났다.
지금은 좀 옅어졌지만 한 보름전에는 온몸에 땀띠가 나서 고생했었다. 단 한번 화재 현장에서 돌아온 후였다. 그것도 한시간 남짓 작업했는데 그 정도였다. 병원에 다니며 연고를 바르고 나아서 그렇지, 장난 아니었다. 비교적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손목이 저 정도였으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 쿠팡물류센터는 화재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61시간째 불타고 있다. 그곳에서 61시간동안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원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탈진은 하지 않았을까? 초진이 되었다고는 하나 잔화정리가 다 끝나고 완진이 되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거기서 작업하는 대원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뉴스를 보니 밥먹을 곳이 없어서 가게 주차장에서 밥을 먹고 있다.
https://youtube.com/shorts/ZWsl-I_MV7w?si=_Tqm8qyotJCO4msZ
그렇게 식사가 끝나면 다시 땀과 물에 젖은 방화복을 주섬주섬 주워입을 것이다. 땀띠가 나건 말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또다시 현장으로 투입된다. 현장은 비집고 들어갈 통로 하나 없이 3단 높이의 선반이 천장까지 닿은 구조다. 적치물에 가로막혀 스프리클러는 물론이고 호스를 통해 뿌린 물도 불길에 가서 닿질 않으니 화재가 꺼질 리 없다. 하지만 계속 물은 쏘아야 한다. 소방관이 화재진압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1시간 가량의 공기호흡기 안의 공기가 다 떨어지면 다시 외부로 나와서 교대조와 교대를 하고 공기호흡기 용기를 교체하면서 잠시 쉬겠지... 그리고 나서는 또 투입... 무한 반복이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뜨거운 화재 현장에서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30만제곱킬로미터의 거대한 건물을 오르내리며 화재를 진압하다 보면 탈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방관의 노고는 아랑곳없이 소방관의 월급이 뭐 어쩌네 하며 인터넷상에 올라온 글이 있었다.
https://youtu.be/L68kgWEjPmY?si=FAinOQKOKXjMXzgo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소방관 아내의 반박이 없었다면 내가 반박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방관들은 이런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 불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데 '꿀빤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정말 그 소방관 아내의 말처럼
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우리 슬롯에 극소수 일테고 대부분의 시민, 국민들은 소방관의 노고를 잘 아실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이 글을 맺고 싶다. 우리 슬롯에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소방관이리라. 우리는 이런 대형화재가 나도, 국가 동원령이 내려져도 그곳으로 달려가 불을 끈다. 산불이 나도, 큰 홍수가 나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았으니 피할 수 없다. 비록 그곳은 한모금의 연기만 마셔도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곳, 안그래도 더운 방화복을 입고 뜨거운 화재현장을 불나방처럼 누빈다. 진입로가 없어 한발작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어느 순간 건물이 붕괴될까 두려워도 차마 소방호스를 놓을 수는 없다. 어딘가 도사리고 있을 불길을 향해 겁없이 물을 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러다가 다치거나 죽음과 맞딱뜨려도 피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바로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