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71)
지난 주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연속된 빡씬(?) 한 주였다.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각각 챙겨야 하는 50대 가장인 나는 몇달 전부터 이 주가 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 날, 이 날만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안고 몇달 전부터 어디에 갈까를 고심했다. 정작 내가 어릴 때 어린이날에는 동네 골목에서 매일 보는 동네친구들이랑 논 것이 다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의 구세주(?)는 가까이에 있었다.
"뭘 그렇게 멀리 갈려구?, 요즘 기름값도 올랐는데, 주은이도 멀리 가는 거 별로 안좋아한다구, 그러니 교회 앞에 있는 근린공원에 가서 놀자, 거기도 어린이날 행사 한다던데?"
천만 다행(?)으로 와이프가 이렇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막둥이는 엄마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하는 열성 엄마팬이었기 때문이다.
"거기 가지고 되겠어? 그래도 적어도 놀이동산 정도는 가줘야 되는 거 아냐?"
"아냐, 요즘 트렌드가 바꿨다구, 어린이날은 차도 밀리고 하니 가까운데 가서 쏙딱(?)하게 놀고 오는 게 요즘 트렌드라구, 그리고 그런 덴 주말이나 평일때 한산할 때 가는 거지..."
'응~ 그렇구나, 그렇게 요즘 트렌드를 잘 아는 와이프가 있어서 올해 어린이날도 아빤 좀 편하게 생겼다~ㅎ^^'
그래서 막둥이에게 근린공원 가서 놀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잖다. 이런 쿨한 모녀를 봤나, 근처의 놀이동산은 태권도장에서 다 갔다 왔으니 시시하고 괜히 차몰고 나가서 시달리는 거 싫단다. 이거 참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ㅋ
그러면서 어버이날을 맞아(?) 유치원에서 카드를 썼다며 슬쩍 내민다. 또 이건 뭥미?
첫 마디가 키워 주셔서 감사하단다. 응?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너 벌써 다 큰거니? 왠열?~ㅋ
돌봐주고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단다. 응? 너 내일이라도 어디 가니?~ㅋ
어떨 때 엄마 기분상하게 할 때도 있지만 용서해 주셔서 감사하단다 응? 그럼 아빠는?~ㅋ
내일 카네이션 완성시켜 준단다. 그리고 내년에는 학교가서 공부 잘해서 꿈을 이룰 거란다. -주은 올림-
이건 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시츄에이션이다. 첨엔 웃음이 나왔다가 막판에는 눈시울이 약간 뜨거워 질란다. 그래, 막둥아 너의 꿈을 이루거라, 공부를 잘해서도 좋지만 꼭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더라도 너의 재능을 살려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꿈을 이루거라, 그게 아빠가 너에게 원하는 단 한가지 소원이란다. ~흑~
근데 너 왜 카드 겉면엔 엄마 그림만 그렸니? 아빠는 어쩌구?~ 아빠 뒤끝 있다?
이상 어버이날에 생긴 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