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로 살아간다는 것(32)
지난 1월부터 내가 온라인카지노에 올리던 글을 잠시 쉬기로 했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엄니의 '골반 골절'에 있었다. 그 즈음 엄니는 아침에 욕실에서 나오시다 미끄러져 '골반 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위 사진에 있는 대로 골반뼈가 완전히 부서지진 않고 금만 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 날은 마침 내 근무날이라서 나도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욕실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닌가?, 머리를 대충 닦고 욕실 문을 열어보니 막둥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내 휴대폰을 들고...
"아빠, 고모한테서 전화 왔어."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전화를 했을까 궁금해하면서 전화를 받아 누나의 말을 들어보니 엄니가 욕실에서 나오다 미끄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지금도 바닥에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엄니 휴대폰이 어디 가까이 있었는지 나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자, 울산에 있는 누나에게 전화를 했고 누나는 바로 또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난 급히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오늘 정시 출근이 좀 힘들 것 같다고 사정을 말하고 연가를 낸 뒤, 바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본가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보니 정말 엄니가 욕실 앞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엉치뼈가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겠다는 말과 함께...
일단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출동시켜 놓고 엄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고관절이나 대퇴부에 골절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계시게 하고 구급차를 기다렸다. 조금 있다 구급대원으로 온 사람은 나와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C였다.
"아이고, 주임님, 이게 어째 된 일입니까, 모친꼐서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네, 오늘 욕실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셨다던데 꼼짝을 못하시네요, 어머니가 투석을 하고 있는 B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제 차로는 좀 어려울 것 같아서..."
늘상 구급대원의 역할에만 충실했는데 이렇게 신고자의 상황이 되니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C는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날 안심시켰다.
"걱정 마이소, 우리가 잘 이송해 드릴 테니..."
그러더니 B병원에 전화를 걸어 엄니의 상태와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엄니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달렸다. 난 졸지에 환자 보호자의 위치로 구급차 뒤에 올라탔다. 다른 구급대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엄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몸을 바로 누이지 못하고 한쪽으로 누워 한 다리를 다른 다리에 포개는 걸로 봐서 대퇴부 아니면 고관절 골절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어떤 것인가가 문제였다. 완전 골절이라면 어르신들 대부분이 가는 요양병원 입원 후 임종을 기다리는 수순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골반에 금만 조금 간 정도라면 그나마 예후가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완전 골절이 아니기를, 금만 조금 간 상태이기를...
구급차가 병원에 닿고 난 구급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응급실로 달려갔다. X-레이를 찍고 판독하는 한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제발 완전골절이 아니기를...
의사가 불러서 가보니 그는 X-레이 사진을 앞에 놓고 말했다.
"완전 골절은 아닙니다. 뼈에 금이 간 상태입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4주 후에는 그나마 걸으실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어하던 말이었다. 정말 '선생님'소리가 절로 나왔다. 속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