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83)
어제는 전라남도 완도에서 화재가 발생해 두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지난 몇달간 어머니의 병환으로 간병하느라 글을 쓰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 뉴스를 보고 다시 글을 써야 하겠다고 느꼈다.
'전라남도 완도라... 거기다 달랑 한동뿐인 수산물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났는데 두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누가 봐도 안타까운 소방관의 순직이었다. 더구나 그 두명의 소방관은 3명의 어린 자식을 둔 아버지와 10월에 결혼이 예정된 새신랑이었다. 이렇듯 꽃같이 젊은 소방관들이 왜 무참히 화마에 희생되어야 했을까?
그 원인의 첫번째는 언제나 그렇듯 '안전불감증'이었다. 바닥에 까는 에폭시 공사를 하면서 기존에 깔려있던 페인트를 제거하기 위해 토치를 사용한 것이었다. 에폭시는 유증기를 발생시켰고 그 유증기에 닿은 토치 불꽃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폭발때문에 건물 안으로 진입했던 7명의 소방관 중 2명이 빠져오지 못하고 고립되어 순직한 것이었다.
두번째 원인은 '건물구조'에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이 건물은 그동안 많은 소방관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공장, 창고 건물과 마찬가지로 바깥은 금속재로, 안은 불에 잘타는 내장재로 되어있기 떄문에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안으로 소화수가 들어가지 않는데다 내장재는 급속히 연소하기 때문에 두명의 소방관은 미처 빠져나올 시간도 없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세번째 원인은 늘 그렇듯이 소방조직의 열악한 '인원문제'였다. 전라남도 완도... 시골 소방서가 늘 그렇듯이 거기에 처음 도착한 선착 소방대의 인원도 부족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구급차를 모는 젊은 직원이 인원이 없다보니 공기호흡기를 메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나도 사실 처음 소방서에 들어왔을 떄는 화재, 구조, 구급업무를 동시에 하는 올라운드 플레어어(?)로 활동했는데 그것은 지금처럼 화재가 나면 진압 대원이, 구급출동이 걸리면 구급대원이 각자 업무에 맞게 출동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화재 출동이 걸리면 화재 진압대원으로, 구급 출동이 걸리면 구급대원으로 그떄 그때 보직을 변경해서 출동하는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인원이 없었기 떄문에 막내가 모든 걸 다해야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은 그런 방식이 없어졌지만 해남이나 완도, 그 밖의 시골 소방서는 아직도 이런 시스템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거기는 아직도 인원이 여전히 없으니까...
사실 구급차를 타는 구급대원과 소방차를 타는 진압대원은 그 역할이 차이가 나도 한참 차이가 난다. 불을 상대하는 진압대원과 아픈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급대원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으랴... 자기가 해야 하는 역활이나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그런데 이런 이질적인 두 보직을 같은 '소방대원'으로 취급하고 둘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인드부터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평소엔 구급차를 타게 하다가 큰 불이 나면 진압대원으로 몰아넣는(?) 이런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평소엔 구급차를 몰고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던 대원이 갑자기 투입된 화재 현장에서 위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곳을 신속하게 탈출하지 못해 30세의 소방대원이 꽃같은 젊음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것은 아닐까?
사월이 왔다. 올해 사월은 봄비도 제법 오고 해서 산불과의 사투도 좀 없으려나 싶었는데 어제 완도에서 어처구니없게 두명의 소방관의 순직소식을 접하고 보니 마음이 착찹하다. 소방관인 이상 불과 뗄레야 뗄수가 없고 이런 사고가 나에게도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내 마음이 왜 이리 허한 걸까? 지켜주지 못한 세남매의 아빠와 10월의 새신랑이 마음에 걸려서 이런 걸까? 위에서 언급한 이런 몇가지 원인들은 몇년째 언론을 타고, 뉴스를 타고 나오는데 해마다 바꿔는 것은 없이 애꿏은 소방관들만 하늘나라로 데려가고 있으니 그것이 답답해서 그런 것일까? 국무총리도 오고 그쪽 국회의원도 와서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는 하지만 내일이 지나고 또 한주가 지나고 또 한달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소방관의 순직뉴스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지고 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느니 마느니 하면서 노망난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고 있겠지...
차라리 불을 끄는 소방관 로봇이 빨리 개발되어서 이런 소방관들의 순직이 줄어들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가슴아플 일은 없을 테니... 올해 봄에도 춘래불사춘이구나, 언제쯤 소방관의 죽음 없는 화창하고 아름다은 봄날을 맞아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