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림과 따리고성
쿤밍에서 석림으로 향한다.
중국 윈난성 여행의 첫 목적지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놓은 돌의 숲이다. 두 시간쯤 달리자 차창 밖 풍경이 달라진다. 도시를 벗어나 산과 들이 이어지고, 고원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석림(石林)에 도착해 관광 전용 카트를 타고 안으로 들어간다. 카트에서 내려 돌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처음에는 커다란 바위 몇 개가 모여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돌기둥이 빽빽하게 이어진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사방이 돌로 둘러싸인다.
석림(石林)은 석회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치며 만들어낸 카르스트 지형이다. 중국 남부 카르스트의 대표 지역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수억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오른다. 조금 숨이 차오를 즈음 시야가 열린다. 눈앞에 뾰족하게 솟은 돌기둥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가까이에서는 하나의 바위였던 것들이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거대한 숲을 이룬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석림이다.
석림에서 따리고성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창밖으로 고원의 풍경이 이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길을 따라 버스가 천천히 나아간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이동이 길어진다. 여섯 시간이 넘어서야 따리에 도착한다.
어둠이 내린 뒤 따리고성(大理古城)에 들어선다. 긴 이동 끝에 만나는 고성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의 숙소는 고성 안에 있다.
성안에는 밤이 깊어가는데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상점마다 불빛이 켜지고, 전통 의상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골목을 밝힌다. 전통 의상 가게에 들러 푸른빛의 자연 염색 옷과 숄을 살펴보고, 길에서 두리안도 맛본다.
따리고성은 서쪽의 창산(苍山)과 동쪽의 얼하이(洱海) 사이에 자리한다. 해발 약 2,000m의 고원에 형성된 도시다. 산과 호수 사이에 놓인 지리적 위치는 오래전부터 이곳을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당나라 시기에는 남조국의 중심지였고, 이후 대리국의 수도가 되었다. 오랜 시간 윈난 서부의 정치와 문화, 교역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먼저 성벽으로 오른다. 성벽 위를 걸으며 도시의 방향을 살핀다. 서쪽으로는 창산이 병풍처럼 솟아 있고, 동쪽으로는 얼하이가 펼쳐진다. 산과 호수 사이에 고성이 놓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보지 않아도 도시가 어디에 자리 잡았는지 풍경이 알려준다.
성벽을 내려와 고성 안으로 들어간다. 거리에는 전통 의상과 차를 파는 가게, 과일가게와 기념품점이 이어진다. 관광객들로 거리는 활기를 띤다. 큰길을 따라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 새로운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역사 속의 도시가 박물관처럼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사람들이 오가고 물건을 사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바퀴 돌아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골목 하나를 지날 때마다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창산과 얼하이 사이에서 자연과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도시다.
석림에서는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돌의 숲을 걸었다. 그리고 따리고성에서는 그 돌의 시간을 지나 사람이 살아온 도시의 시간을 걷는다.
윈난에서의 첫날, 우리는 그렇게 돌의 숲에서 오래된 도시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