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2)-물길을 따라 걷는 속하고진

얼하이와 속하고진

by땡자랑

다리(大理)를 지나 리장(丽江)으로 향한다. 오늘은 얼하이(洱海)를 둘러보고 속하고진(束河古镇)으로 들어간다. 얼하이는 윈난성 다리바이족자치주에 자리한 고원호수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호수의 모습이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얼하이’, ‘귀 모양의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다.


얼하이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호수 위로 안개가 낮게 내려앉고 먼 산은 흐릿하다. 호숫가에는 카페와 숙소가 이어지고, 비를 머금은 호수와 안개가 어우러져 얼하이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얼하이를 뒤로하고 리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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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따라 속하고진으로

속하고진은 옥룡설산 아래 자리한 나시족의 옛 마을이다. 차마고도를 오가던 마방과 상인들이 드나들던 교역의 마을로, 대연고성·백사와 함께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리장 고성’의 구성 지역으로 등재되었다


고진 입구에 도착하니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 오래된 돌길이 숙소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가져온 경운기에 짐을 싣고 돌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속하고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물길이다. 산에서 흘러온 물이 마을 곳곳으로 이어지고, 물길을 따라 돌길과 오래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돌담과 목조 가옥이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진다.


속하고진의 매력은 바로 이 길에 있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큰길보다 물을 따라 이어지는 돌길과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서면 옛 마을의 모습이 한층 가까이 다가온다.


물을 나누어 쓰던 삼안정

물길을 따라가다 삼안정(三眼井)을 만난다. 세 개의 우물이 이어진 형태로, 마을 사람들이 물을 순서대로 이용하던 생활공간이다. 위쪽의 깨끗한 물은 식수로 사용하고,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생활용수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물을 풍경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질서 속에서 이용했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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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돌길 옆으로 흐르고, 오래된 집의 처마와 돌담이 물길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작은 다리와 낡은 목조 건물이 나타난다.


청룡교를 건너 사방가로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청룡교(青龙桥)가 나온다. 명나라 때 세워진 오래된 석조 아치교다.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주변에는 돌길과 전통 가옥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차마고도를 오가던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넜을 것이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오래된 다리와 물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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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교를 지나면 속하고진의 중심인 사방가(四方街)가 나타난다. 사방가는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던 시장이자 마을의 중심 광장이다. 차마고도를 오가던 마방과 상인들이 물자를 교환하고 다음 길을 준비하던 곳이다. 오늘날에는 차와 전통 의상,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이 광장 주변을 채우고 있다.


돌길과 오래된 골목

사방가를 지나 다시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 큰길을 벗어나면 속하고진의 본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돌을 깔아 만든 좁은 길, 오래된 돌담, 나무로 지은 집, 처마에 걸린 붉은 등이 이어진다. 집과 집 사이로 물길이 흐르고 작은 다리가 골목을 연결한다.


속하고진에서는 목적지를 정해 놓고 걷기보다 물길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좋다. 어느 길로 들어서든 오래된 건물과 물길이 이어지고,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다음 날 아침 고성 안을 다시 걷는다. 사람들로 붐비던 밤과 달리 아침의 고진은 조용하다.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물은 어제와 다름없이 돌길 옆을 흐른다. 밤에는 관광지였던 골목이 아침에는 다시 마을의 길이 된다.


차마고도에 들어온 커피

골목을 걷다가 전덕능 커피박물관(田德能咖啡博物馆)을 만난다. 오래된 목조 건물 안에는 윈난 커피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전덕능(田德能)은 프랑스 천주교 선교사로, 1904년 윈난 빈촨현 주쿠라에 커피를 들여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주쿠라는 오늘날 윈난 커피의 초기 재배지로 소개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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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말이 오가던 차마고도의 옛 마을에서 커피의 역사를 만난다. 오래된 돌길과 목조 건물 사이에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차마고도를 오가던 사람들의 길은 이제 여행자들이 걷는 길이 되었고, 그 길 위에 새로운 문화가 더해지고 있다.


속하고진을 빠져나온다.

물길을 따라 이어진 돌길, 삼안정과 청룡교, 마방이 오가던 사방가, 오래된 골목과 건물들.

속하고진은 오래된 건축물을 보는 곳이라기보다 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마을의 시간을 걸어보는 곳이다.


이제 그 길을 벗어나 다시 차마고도로 향한다.

이번에는 옛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직접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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