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4)차마 객잔을 따라 호도협에서 리장으로

차마 객잔에서 중도객잔으로 트래킹

by땡자랑

차마 객잔에서 아침을 맞는다.

어제는 비를 맞으며 산길을 올랐는데, 아침이 되자 하늘이 맑게 개었다. 파란 하늘 사이로 흰 구름이 떠 있다.


오늘은 차마 객잔에서 중도객잔까지 걷는다.

어제의 험한 오르막과 달리 길은 산허리를 따라 완만하게 내려간다. 약 5.7km의 길이다.


길에는 우리처럼 차마고도를 걷는 사람들이 많다. 빠르게 걷는 사람은 먼저 지나가고, 천천히 걷는 사람은 자신의 속도로 길을 걷는다. 우리도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산길 곳곳에 전망이 열린다.

산과 산 사이 깊은 협곡으로 금사강이 흐르고 있다. 어제 비를 맞으며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산 중턱에 간이 가게에서는 음료와 간식을 팔고, 잠시 쉬어갈 의자도 마련해 놓았다.



걷다가 멈추고, 바라보다가 다시 걷는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산과 계곡이 아름다워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멀리 중도객잔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도객잔은 차마고도 하이 트레일의 중간쯤에 자리한 객잔이다. 트레커들이 쉬어가며 식사를 하고 하룻밤을 묵기도 하는 곳이다.



2층 전망 좋은 자리에 앉으니 계곡 건너편으로 옥룡설산이 바라보인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산을 바라본다.

어제는 비와 안갯속에서 산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 아래 설산이 모습을 보여준다.

차마고도를 걸어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가이드가 점심을 먹기 전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있으니 관음폭포까지 다녀와도 된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다시 길을 나선다.

산허리를 따라 걷다 보니 바위 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웅장한 폭포라기보다 높은 산자락을 따라 조용히 흘러내리는 물줄기다.


다시 중도객잔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차마고도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 윈난에서 티베트로 이어지던 여러 갈래의 옛 교역로다. 차와 말뿐 아니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며 문화까지 이어지던 길이다.


우리가 걷는 길은 그 오래된 길의 한 구간이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오늘의 여행자가 걷는다.

세월은 달라졌지만 산은 그대로다.


호도협, 산과 강 사이에 서다

점심을 먹고 호도협으로 향한다.

호도협은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사이를 금사강이 깊게 가르며 만든 거대한 협곡이다.

협곡 가까이 다가가자 눈앞의 풍경이 달라진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사이로 강물이 거세게 흐른다.

산은 높고 강은 깊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부딪히며 흘러가는 금사강을 바라보니 자연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한다.


호도협에는 호랑이가 협곡을 뛰어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강 한가운데 놓인 바위와 거센 물살을 바라보니 그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차마고도를 걸으며 산의 길을 만났다면, 호도협에서는 그 길을 품은 거대한 자연을 만난다.

잠시 그 앞에 서 있다.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다.



리장고성으로

호도협을 뒤로하고 리장으로 향한다.

리장고성에 도착하니 산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많다.

돌이 깔린 골목을 따라 기와지붕의 전통 가옥이 이어지고, 상점과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골목마다 들어서 있다.


리장고성은 오래전 윈난과 쓰촨, 티베트를 잇는 차마고도의 중요한 교역 중심지였다. 차와 말,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도시가 성장했다.


우리는 먼저 골목을 따라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계단을 오를수록 기와지붕이 겹겹이 펼쳐진다.

전망이 좋은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아래로 리장고성의 지붕들이 이어지고, 멀리 옥룡설산이 바라보인다.

구름이 조금만 걷혔더라면 파란 하늘 아래 장엄한 설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좋다.



낮에는 산길을 걷고, 저녁에는 오래된 도시의 지붕을 내려다본다.

여행의 풍경이 산에서 도시로 이어지고 있다.


리장의 밤

해가 지자 리장고성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상점마다 불빛이 켜지고 골목마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방가를 중심으로 객잔과 음식점, 카페가 이어지고, 밤이 깊어질수록 음악 소리가 골목으로 흘러나온다.

특히 고성의 술집거리(丽江古城酒吧街)에는 노래하는 가수와 라이브 음악을 들으려는 젊은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술집마다 서로 다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낮의 고성이 오래된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면, 밤의 고성은 젊은 여행자들의 음악으로 살아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다.

온갖 먹거리가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 두리안을 하나 사서 맛본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보이차를 파는 가게에도 들른다.

보이차의 주요 산지는 리장보다 남쪽인 푸얼과 시솽반나 일대지만, 차마고도를 따라 운반된 차가 리장을 거쳐 티베트 등지로 이어졌다.

오늘 우리가 걸었던 길이다.

차를 싣고 산을 넘던 사람들이 지나갔을 그 길.

그 길의 끝에서 만난 리장이다.


낮에는 차마고도의 산길을 걷고,

저녁에는 그 길을 따라 성장한 도시의 골목을 걷는다.

리장고성의 밤이 깊어간다.

길은 산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고, 도시를 만들고, 다시 새로운 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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