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3)-비를 맞으며 차마고도를 걷다

중국 윈난성 차마고도 트레킹

by땡자랑

중국 윈난성 리장의 수허고진을 떠나는 날 아침, 우리는 작은 배낭 하나씩을 챙긴다.


오늘 묵을 차마객잔까지는 캐리어를 가져갈 수 없다. 산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룻밤 필요한 옷과 세면도구만 넣고 짐을 최대한 줄인다. 캐리어에 넣어 두었던 트레킹 스틱도 결국 빼버린다.


비가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


오늘은 차마고도를 걷고, 말을 타고 산길을 오르는 날이다.

수허고진에서 호도협까지는 차로 약 2시간 30분. 창밖으로 윈난의 산악 풍경이 이어진다.


호도협(虎跳峡)은 리장과 샹그릴라 사이를 흐르는 금사강(金沙江)이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사이를 가르며 만든 거대한 협곡이다. 금사강은 장강, 즉 양쯔강 상류를 이루는 강이다. 옥룡설산은 최고봉이 5,596m, 하바설산은 5,396m에 이른다. 두 산 사이로 금사강이 깊게 흐르면서 호도협의 가파른 지형이 만들어졌다.


12시 무렵 호도협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오른다. 이번에는 큰 차량 대신 현지에서 ‘빵차’라고 부르던 작은 차량으로 갈아탄다. 산길은 좁고 S자처럼 구불구불하다. 20인승 차량이 올라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는 길이다. 산허리를 따라 20여 분을 달려 트레킹 코스에 들어선다.


그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이드가 준비해 준 우비를 입는다. 그리고 말들이 나온다.

일행 중 한 명을 제외한 여덟 명이 차례로 말에 오른다.

내가 탄 말은 제법 노련해 보이고, 마부는 어린 견습 마부의 말까지 함께 살피며 산길을 오른다. 비에 젖은 돌길을 말발굽이 타각타각 밟는다.


처음에 말을 타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가파른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말을 보자 긴장이 많이 된다. 말도 서너걸음 걷다가 쉬고, 다시 조심스럽게 산길을 오른다.


잠시 쉬는 곳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비를 맞으며 직접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순간 실감이 난다.


‘아, 내가 지금 차마고도에 와 있구나.’


우리가 걷는 길은 역사 속 차마고도의 한 구간을 따라가는 길이다. 차마고도는 하나의 길이라기보다 윈난과 쓰촨에서 티베트로 이어지던 여러 갈래의 옛 차와 말의 교역로를 통칭하는 역사적 교역망이다. 차와 말을 비롯한 물자가 오갔고, 그 길을 따라 사람과 문화도 이동했다.


다시 말에 오른다.


우리가 향한 곳은 28밴드(二十八道拐)다. 가파른 산비탈을 스물여덟 번 굽이돌며 올라가는 구간으로, 호도협 하이 트레일의 대표적인 험준한 구간이다.


비에 젖은 돌길을 따라 말이 천천히 힘겹게 올라간다.

타각, 타각.

말발굽 소리와 빗소리가 뒤섞인다.

약 20분을 더 올라가자 우리는 말에서 내린다. 말들은 다시 산 아래로 돌아간다.


이제부터는 우리 발로 걸어야 한다.

차마객잔까지 약 5.7km.


트레킹 스틱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그제야 아쉽다. 마침 산 중턱에서 나시족 할머니가 대나무 지팡이를 팔고 있다. 한 개에 10위안이다. 나는 지팡이 하나를 산다.


남편은 길에서 만난 중국인 여행객과 인사를 나누며 걷는다. 서로 말이 통하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행객은 감사하게도 자신의 스틱 하나를 내준다.


비에 젖은 산길을 계속하여 걸어간다.

길은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돌은 미끄럽다. 한쪽은 산벽이고 다른 한쪽은 깊은 계곡이다. 비옷을 입고 배낭을 멘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말을 탈 때는 보이지 않았던 길의 경사가 발바닥으로 느껴진다.

차마고도를 걷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차와 말을 끌고 이 험한 산길을 오갔던 옛사람들의 여정에 비하면 우리가 걷는 거리는 아주 짧다. 하지만 그 길을 직접 걸으니 바카라이나 사진으로 보던 차마고도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진다.


두 시간이 넘게 걸었을까.

멀리 산비탈에 건물이 보이고 마을이 보인다.

차마객잔이다.

너무나 반갑다.


차마객잔은 해발 2,300m 안팎의 산허리에 자리한 숙소다. 숙소와 식당, 카페가 함께 있어 산속의 작은 산장처럼 아늑하다. 짐을 풀고 멀리 산을 바라본다.


그런데 기대했던 산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산 전체를 덮고 있다.


차마객잔은 하바설산을 등지고 금사강 건너편의 옥룡설산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날씨가 맑으면 옥룡설산의 13개 봉우리가 펼쳐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저녁에는 안개뿐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산속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가 산을 바라본다. 여전히 안개가 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산의 능선이 나타난다.

한 겹, 또 한 겹.

마침내 안개가 걷히면서 옥룡설산의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날 비를 맞으며 올라왔던 길이다.

말을 타고 28밴드를 오르고, 다시 두 발로 5.7km의 산길을 걸어 도착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맑아진 산의 모습이 더욱 반갑다.


이번 여행에서 차마고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호도협의 지형을 직접 보고, 말을 타고 험한 산길을 오르고, 비를 맞으며 걸었다. 그리고 차마객잔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안갯속에 숨었던 옥룡설산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까지 만났다.


걷고, 머물렀기에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차마고도를 다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 오래된 길의 한 구간을 직접 걸었다.


비를 맞으며 걸었던 차마고도와 다음 날 아침 차마객잔에서 바라본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옥룡설산은 이번 윈난 여행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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