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5)-샹그릴라, 티베트 사람을 만나다

송찬림사, 티베트 초원, 독극종 고성, 귀산공원

by땡자랑

샹그릴라는 해발 3,300m 안팎의 고원에 자리한다.

윈난의 다른 지역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하늘은 가까워지고 산은 넓어졌다. 도시 곳곳에는 티베트의 오래된 문화와 불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높은 곳에 올라오니 몸이 먼저 알아챈다.
숨이 조금 가쁘고 머리가 묵직하다.

그런데 눈앞의 풍경은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황금빛 사원, 송찬림사

샹그릴라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송찬림사다.

1679년에 세워진 송찬림사는 윈난성에서 가장 큰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라싸의 포탈라궁을 닮은 모습 때문에 ‘작은 포탈라궁’이라고도 불린다.

멀리서부터 산비탈에 자리한 황금빛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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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으로 오르는 계단을 하나씩 밟는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높이 올라갈수록 숨은 조금씩 가빠지지만, 눈앞의 사원은 오히려 선명해진다. 흰 벽과 붉은색 전각 위로 황금빛 지붕이 빛난다.


전각 안에는 불상과 불화가 모셔져 있고, 기도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향을 피우며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가운데서도 그들의 기도는 고요하다.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도 신앙이 이어지는 사원이라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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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올라서자 황금빛 지붕의 장식이 눈앞에 가까이 다가온다. 아래로는 붉고 흰 전각들이 겹겹이 펼쳐지고, 멀리 샹그릴라의 고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 사원이 있다는 말이 이런 모습일까.


호수와 초원이 만나는 곳, 나파하이

송찬림사를 내려와 나파하이로 향한다.

넓은 초원과 호수가 이어지고, 멀리 산들이 둘러선다. 나파하이는 계절에 따라 호수와 초원의 모습이 달라지는 고원 습지로, 샹그릴라를 대표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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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는 야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티베트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야크 곁에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더해지니 비로소 샹그릴라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 이상향의 이름을 가져온 샹그릴라.

소설 속 이상향과 이곳이 같은 곳은 아니지만,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호수, 그 위로 열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왜 이곳에 샹그릴라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초원을 바라본다.

호수와 하늘 사이에서 여행자의 마음도 잠시 느려진다.


오래된 길을 품은 독극종 고성

샹그릴라의 구도심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독극종 고성(独克宗古城)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티베트계 고성으로, 옛 차마고도의 교역과 연결된 중요한 거점이었다. 2014년 큰 화재를 겪었지만 전통적인 모습을 살려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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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깔린 골목을 걷는다.

목조 건물 사이로 오색 기도 깃발이 걸려 있고, 작은 상점과 카페가 이어진다. 티베트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걷는다.


문득 전주의 한옥마을이 떠오른다.

한복을 입고 한옥과 돌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처럼,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티베트 전통의상을 입고 고성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낯선 곳인데도 어딘가 익숙하다.

다만 이곳에는 한옥 대신 티베트식 목조건물이 있고, 골목 위로는 기도 깃발이 바람에 흔들린다.


함께 돌리는 기도

고성 언덕의 귀산공원으로 올라간다.

공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마니차다.

높이 약 21m에 이르는 세계 최대급의 기도경통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사람들의 모습이 작아 보일 만큼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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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줄을 서서 손잡이를 잡는다.

하나, 둘.

힘을 모아 밀자 거대한 마니차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도 그 행렬에 섞인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 세 바퀴.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티베트 불교의 오랜 신앙을 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다.


무엇을 빌었는지는 오래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아 거대한 마니차를 돌렸던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춤

해가 기울 무렵 숙소에 들렀다가 다시 고성 광장으로 나온다.

저녁이 되자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만든다.

티베트 전통 원무인 궈좡이다.

앞줄의 사람들이 춤동작을 보여주면 관광객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인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들어선다.

발을 옮기고 손을 움직인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해발 3,300m가 넘는 고원이라 머리가 묵직하고 숨도 조금 가쁘다. 그런데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어지러움마저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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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과 손짓을 맞추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여행자는 바라보는 사람으로만 남지 않을 때 그곳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낮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고, 저녁에는 그곳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

샹그릴라의 밤이 깊어간다.


높은 곳에서 맞는 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고산의 증상이 느껴진다. 숨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 가이드가 산소통을 건네며 불편하면 사용하라고 한다.


이 높은 곳에서 사람들은 오래 살아왔다.

이곳이 특별한 것은 샹그릴라라는 아름다운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높은 산과 넓은 초원,

오래된 신앙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았던 샹그릴라는
산과 호수, 사원과 골목, 그리고 광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내 앞에 와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풍경만 본 것이 아니라, 한 지역의 오래된 삶과 문화를 잠시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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