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해외봉사활동
베트남으로 떠날 때 우리의 목적은 분명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웃으며,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는 것.
그것이 이번 해외자원봉사의 이유였다.
익산시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원광대학교 학생들과 일반인 자원봉사자, 그리고 센터 직원들이 봉사단을 꾸렸다. 올해는 고창군자원봉사센터에서도 해외봉사를 직접 운영하기 위한 체험학습으로 사무국장과 직원, 일반인들이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잘 몰랐다.
스무 살 대학생들과 은퇴를 앞두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일반인들. 살아온 시간도, 직업도, 삶의 방식도 달랐다. 하지만 봉사단은 우리를 대학생과 일반인으로 나누지 않았다.
세 개의 조를 만들어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함께 생활하고, 함께 봉사했다.
낯설었던 사람들은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일상이 되었다.
아침이면 조원들이 하나둘 모여 식사를 준비했다. 일반인은 밥을 짓고, 대학생들은 식탁을 차렸다. 함께 만든 밥을 먹고 학교로 향하면, 하루 종일 아이들과 뛰고 웃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 어느새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봉사는 역할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올해 여섯 번째 참가한 박 선생님은 간호사였다.
정년을 맞았지만 올해도 가장 먼저 참가 신청을 했다고 했다.
"힘들어서 올해는 그만해야지 생각하는데, 모집 공고를 보면 또 신청하게 돼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봉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에게 양치교육과 불소도포를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내가 오래 기억하는 것은 프로그램보다 사람을 돌보는 모습이다.
지쳐 돌아온 대학생들에게 시원한 물을 건네고, 말없이 과일을 깎아 나누어 주던 손길.
"오늘도 수고했어."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지친 몸보다 먼저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그를 보며 나는 봉사는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배웠다.
부산에서 혼자 참가한 전 선생님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인터넷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그는 사전모임에도 빠지지 않았고, 현지에서는 가장 먼저 무거운 짐을 들었다.
"제가 할게요."
그 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풍선아트였다.
쉬는 시간이면 풍선으로 강아지와 꽃, 칼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꽃팔찌를 손목에 채워 주면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었다.
하롱베이 크루즈에서도 풍선 하나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이마의 땀을 닦을 틈도 없이 풍선을 불었고, 아이들의 웃음은 점점 커져 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재능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눌 때 비로소 빛난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 처음 함께한 고창군 봉사단도 인상 깊었다.
내년에는 직접 해외봉사를 운영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회의 시간에는 누구보다 꼼꼼하게 메모했고,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먼저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미용기술을 가진 두 분은 학생들의 머리를 정성껏 다듬어 주었다. 거울을 보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표정은 작은 재능 하나가 얼마나 큰 기쁨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이번 봉사의 중심에는 단장이 있었다.
늘 가장 늦게 잠들고 가장 먼저 일어나 단원들의 건강을 살피고, 현지 교당과 학교를 오가며 일정을 조율했다. 누군가 지치지는 않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먼저 살피는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 놓고 봉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봉사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 덕분에 완성된다는 것을.
나 역시 이번이 두 번째 참가였다.
첫해에는 너무 더워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더위도, 고된 일정도 희미해졌다.
대신 사람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새벽마다 함께 밥을 짓던 조원들.
밤늦게까지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대학생들.
묵묵히 무거운 짐을 들어 주던 손길.
"수고했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아끼지 않던 따뜻한 사람들.
우리는 베트남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주러 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더 많은 것을 받아온 사람은 우리였다.
박 선생님에게서는 오래 봉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웠고,
전 선생님에게서는 재능을 나누는 기쁨을 배웠으며,
고창 봉사단에게서는 배우려는 자세를,
단장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바카라임감을,
그리고 스무 살 대학생들에게서는 지치지 않는 열정을 배웠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들에게 봉사를 했지만,
서로에게도 봉사를 하고 있었다.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일이었다.
이번 베트남에서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하롱베이의 절경도, 하노이의 거리도 아니었다.
서로의 땀을 닦아 주고,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 준 사람들이었다.
여행은 한 나라를 기억하게 하지만,
봉사는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7박 9일의 베트남은
내게 사람을 통해 봉사의 의미를 다시 배운 시간으로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베트남을 찾게 된다면,
나는 그곳에서 함께 웃고, 함께 땀 흘리며 서로를 성장시켰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