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빈성 홍하현 초등학교에서 보낸 나흘
7박 9일의 베트남 일정 가운데 가장 오래 남은 시간은
하노이 원불교교당을 출발해 두 시간을 달려 도착했던 타이빈성 홍화현 초등학교에서의 나흘이었다.
이번 해외봉사의 목적은 분명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웃으며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작은 다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다.
홍화현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약 1,000명인 학교다. 우리가 방문한 7월 초는 방학이었지만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8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로 모였다. 학교장과 교감선생님, 여러 선생님들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첫날에는 한국과 베트남 학교 간 교류 체결식이 이루어졌다. 짧은 행사였지만 단순한 봉사를 넘어 두 나라가 교육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아침 7시.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아이들은 이미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베트남의 7월은 무덥고 습하기 때문에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오전 11시가 되면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잔다. 남유럽의 시에스타처럼 베트남에도 더위를 이겨 내는 생활의 지혜가 있었다.
우리는 세 개 반으로 나누어 교실 수업을 진행했다. 출국 전 여러 차례 연습했던 프로그램을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하게 된 것이다.
우리 조는 공기놀이, 풍선 헬리콥터 만들기, 종이비행기 접기, 탁구공 이어 나르기, 한글 글자 게임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진행한 공기놀이는 예상과 달랐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해본 놀이라고 생각했지만 베트남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낯선 놀이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운 시간이 되고 말았다. 그때 깨달았다. 봉사도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반대로 풍선 헬리콥터와 종이비행기 만들기는 아이들의 얼굴에 금세 웃음을 피워 냈다. 풍선을 불어 만든 헬리콥터가 빙글빙글 돌며 오래 날아가면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가장 오래 날린 친구에게는 작은 사탕을 선물했다.
종이비행기에는 자신의 꿈을 적었다. 아이들이 힘껏 날린 종이비행기가 파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그 꿈들도 저 비행기처럼 멀리 날아가기를 조용히 응원했다.
탁구공 이어 나르기에서는 작은 공 하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두 손을 모은 채 조심조심 걷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마지막 날 진행한 한글 게임에서는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를 또박또박 읽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며칠 전만 해도 낯설었던 한국어가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함께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교실 수업이 끝나면 모두가 운동장으로 모였다.
플래시몹을 함께 배우고, 명랑운동회를 열고, 양치 교육과 불소도포를 실시했다. 마지막 날에는 물총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멀리서 구경만 하던 아이들도 음악이 시작되자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봉사자들이 동작을 알려 주면 금세 익혀 함께 춤을 추었다. 운동회에서는 판 뒤집기와 줄다리기, 단체 줄넘기, 공 던지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다.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한국 아이들이나 베트남 아이들이나 똑같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시간은 양치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양치질을 하고 있었지만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못해 충치가 많은 편이었다. 올바른 칫솔질을 함께 익히고 직접 이를 닦은 뒤 간호사 선생님들이 한 명씩 불소를 도포해 주었다. 놀이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마지막 날의 물총놀이는 모두가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원래는 물놀이를 계획했지만 안전 문제로 허가를 받지 못해 물총놀이로 대신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깔깔 웃는 모습은 이번 봉사활동에서 가장 환한 풍경 가운데 하나였다.
오후에는 학교 환경을 바꾸는 봉사도 이어졌다.
곰팡이가 가득한 담장을 끌칼로 긁어내고 물로 깨끗이 씻은 뒤 롤러와 붓으로 페인트를 칠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지만 대학생도, 일반 봉사자도 누구 하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옷과 신발에 페인트가 묻는 것도 잊은 채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2026 Global Friends'라는 글씨와 구름 벽화를 완성하자 회색 담장은 밝고 따뜻한 학교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며칠 후 한국으로 돌아오겠지만, 아이들은 앞으로도 그 담장을 보며 학교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봉사의 흔적은 그렇게 학교에 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래 기억될 것은 사람이다.
첫날에는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색했던 아이들이 둘째 날부터는 손 편지를 써 왔다. 작은 팔찌, 사용했던 작은 인형들, 선물 상자용 과자까지도 정성껏 준비해 좋아하는 언니에게 건넸다.
그리고 마지막 날.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서로를 꼭 끌어안고 눈물을 훔치는 아이도 있었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 봉사단도 차마 쉽게 떠나지 못했다.
나흘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가까워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해외봉사를 떠나기 전에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조금 더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우리가 베트남에 남긴 것은 한국의 놀이와 작은 추억,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학교 담장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것은 그보다 훨씬 컸다.
언어가 달라도 웃음은 통한다는 것.
진심은 통역이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봉사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홍화현 초등학교에서 흘린 땀과 아이들의 웃음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해외봉사는 '누군가를 도와준 봉사'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배우고 돌아온 봉사 활동'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