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나하, 일상과 여행이 만나는 도시

4박 5일 오키나와 여행을 마치며

by땡자랑

오키나와 여행의 시작은 나하였다.


4월 30일 아침,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나하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유이레일을 이용했다. 유이레일은 나하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오키나와 유일의 도시철도 노선이다. 철도망이 촘촘한 일본 본토와 달리 오키나와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 구조를 가진 섬이다. 유이레일은 그 안에서 도시의 주요 축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항 2층과 연결된 승강장에서 전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우리가 내린 곳은 쓰보가와 역이었다. 숙소와 가장 가까운 역이었다.


역에서 호텔까지는 약 10분 정도 걸어야 했지만, 처음 만나는 도시의 공기를 천천히 느끼기에는 오히려 좋은 거리였다. 도로 옆으로는 야자수와 아열대 식물로 아기자기한 꽃들이 보였고, 낮은 건물들 사이로 오키나와 특유의 느린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숙소는 현청앞 지역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일본의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보다 규모가 크고 로비도 넓었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가 호텔 공간에서도 느껴졌다.


체크인을 마친 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슈리성이었다.


원래는 슈리성 주변에서 오키나와 소바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마침 식당이 휴무였다. 여행에서는 계획보다 우연이 먼저 길을 결정할 때가 많다. 우리는 그대로 성으로 향했다.


슈리성 주변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특히 단체로 이동하는 노년층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는데, 동아시아 크루즈 여행의 주요 기항지인 오키나와의 특징을 보여주는 풍경으로 보인다.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정치·외교·문화 중심지이다. 14세기 후반 형성된 류큐왕국은 중국·일본·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북부와 남부를 여행하며 반복해서 느꼈던 ‘오키나와의 독자성’은 이곳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선명한 주홍색의 성벽과 목조 건축은 일본 본토의 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중국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은 구조와 색채는 오키나와가 오랫동안 독립적인 해양 왕국으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슈리성의 붉은색은 류큐왕국이 남긴 시간의 흔적처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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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JPG출처: 네이버, 슈리성


슈리성은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대부분 파괴되었고, 이후 복원을 거쳐 다시 세워졌다. 그러나 2019년 화재로 정전이 소실되며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 현재도 복원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성곽에서는 나하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해상 교역 국가였던 류큐왕국이 왜 이 지형을 중심 공간으로 선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위치였다.


슈리성에서 내려와 국제거리로 향했다.


국제거리는 나하의 중심 상업지구이자 오키나와 관광의 상징 같은 거리다. 약 1.6km 길이의 도로 양쪽으로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 시장과 카페들이 이어진다.


‘국제거리’라는 이름은 전후 이곳에 세워졌던 국제극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 이후 폐허가 되었던 나하에서 가장 빠르게 복구된 거리였기 때문에 ‘기적의 1마일’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북부에서 자연의 경관을 보고, 남부에서 전쟁의 기억을 마주했다면, 국제거리는 전후 오키나와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국제거리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큰 도로에서 골목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관광객들의 풍경과는 다른 생활의 공간이 나타난다. 작은 선술집과 오래된 상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관광과 일상이 같은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국제거리.JPG출처: 네이버, 국제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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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국제거리에서 식당을 찾았다. 오키나와에서는 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전후 미군 문화의 영향과 관련이 깊다. 오키나와 곳곳에 미군 기지가 자리 잡으면서 미국식 식문화 역시 지역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국제거리를 걷다 보니 유명한 ‘88 스테이크’ 체인점도 곳곳에서 보였다. 거리에는 오리온 맥주 티셔츠와 블루실 아이스크림 티셔츠를 입은 관광객들도 많았다.


오키나와는 일본 문화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류큐 문화와 미국 문화, 그리고 현대 일본의 관광 문화가 서로 겹쳐지며 독특한 도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키나와 음식도 여러 가지를 맛보았다. 오키나와 소바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일본 메밀 소바와는 전혀 달랐다. 메밀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든 면이라 식감은 오히려 칼국수에 가까웠다.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고, 위에 올려진 돼지고기는 오래 삶아 매우 부드러웠다. 반면 스테이크는 익숙한 맛이었다. 오히려 흥미로웠던 것은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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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오카나와 스테이크, 사진2-오키나와 가정식 백반, 사진3-오키나와 소바


이번 오키나와 여행을 통해 유난히 눈에 띄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일상을 정리하여 본다.


첫째는 소형차 중심의 자동차 문화였다. 나하 시내와 주택가를 보면 경차 비율이 매우 높았다. 도로 폭이 좁고 주차 공간이 제한적인 도시 구조가 만들어낸 생활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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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노년층의 경제활동이었다. 호텔 주차 관리 직원, 식당 종업원, 레스토랑 직원 가운데 고령층이 많았다. 초고령슬롯로 들어선 일본 슬롯의 단면이 여행지의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었다.


셋째는 도시 곳곳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였다. 음료를 파는 자판기는 골목과 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본 도시문화의 상징 같은 풍경이었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의 주제는 ‘휴(休)’였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단순히 쉬기만 하는 섬은 아니었다.


북부에서는 산호초와 해안 절벽을 통해 자연의 시간을 보여주었고, 남부에서는 류큐왕국과 전쟁의 흔적 속에서 인간의 시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하에서는 그 모든 시간이 현재의 도시 풍경 속에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태평양의 섬 오키나와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자연과 역사, 관광과 생활, 일본과 류큐, 그리고 미국 문화까지 서로 겹쳐지며 하나의 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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