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남부, 머물며 바라보는 여행

남부 한국어음성 지원 버스 투어

by땡자랑


같은 오키나와섬 안에 있지만, 북부와 남부의 풍경은 결이 다르다. 북부가 산지와 숲, 그리고 거친 해안 절벽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원형에 가깝다면, 남부는 비교적 완만한 지형 위에 오랜 생활과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다.


두 번째 날에는 남부 1일 버스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북부 투어와 달리 한국인 가이드는 없었고, 한국어 음성 안내가 제공되는 일정이었다. 남부는 나하와 가까워 이동 거리도 짧고 전체적인 여행의 속도도 한층 느긋했다.


오전 9시 30분, 천천히 걸어서 현민광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북부 여행 때보다 관광객 수는 훨씬 적었다. 활기찬 젊은 여행객들보다 중년 부부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다. 북부가 ‘풍경을 따라 이동하는 여행’이었다면, 남부는 ‘머물며 바라보는 여행’으로 시작해 본다.


버스가 남부 해안 도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니라이카나이 대교였다.


곡선 형태로 이어진 다리 아래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높은 지대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도로 구조 덕분에 바다와 다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오키나와의 바다가 유난히 밝고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산호초가 발달한 얕은 연안 지형 때문이다. 산호초 위로 들어온 햇빛이 해저의 백사장과 만나며 독특한 청록색을 만들어낸다. 북부에서 바라본 바다가 지질학적 풍경으로 다가왔다면, 남부의 바다는 보다 부드럽고 평온한 인상으로 기억되었다.


다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치넨미사키이다. 오키나와 남동부의 곶 지형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류큐 왕국 시대의 성지였던 쿠다카섬이 바라다보인다. 쿠다카섬은 류큐 창세 신화와 관련된 장소로, 예로부터 ‘신의 섬’이라 불리며 신성하게 여겨져 왔다. 바다 건너 작은 섬 하나에도, 오래된 신앙과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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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넨미사키에는 해안을 따라 산바카라로와 전망 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지만, 시야는 탁 트여 있었다. 푸른 태평양과 초록빛 해안 절벽이 이어지는 풍경은 제주도의 해안 곶 지형을 떠올리게 했다.


한동안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행에서는 무엇을 많이 보는가 보다,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마침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여행 온 가족이 있어 사진을 부탁했고, 덕분에 오랜만에 부부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여행은 낯선 풍경뿐 아니라,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친절까지 함께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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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정은 오키나와 월드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놀이공원 정도로 생각했다. 입장료도 2,000엔으로 적지 않았고, 놀이시설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성향을 생각하면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월드는 단순한 테마파크라기보다, 오키나와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교쿠센도(玉泉洞) 동굴이었다. 이 동굴은 약 30만 년에 걸쳐 형성된 석회동굴로, 오키나와섬이 본래 산호초 지형이 융기하여 만들어진 섬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천장에서 길게 내려온 종유석은 오랜 시간 동안 석회 성분이 물과 함께 천천히 축적되며 형성된 것이다. 동굴 속에서는 물방울이 한 두방울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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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동굴 길을 걷다 보니, 인간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 앞에서 얼마나 짧은 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북부의 해안 절벽이 바깥에서 지질학적 시간을 보여주었다면, 이곳은 그 시간을 땅속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동굴을 나와서 류큐 전통 공연이 이어지는 공연장으로 갔다.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이 북을 두드리며 역동적인 춤을 선보였다. 사자춤과 익살스러운 노인 탈춤에서는 류큐 문화 특유의 공동체적 분위기와 해학이 느껴졌다.


오키나와는 현재 일본의 행정구역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독자적인 해양 왕국이었던 류큐왕국의 문화적 전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공연 속 몸짓과 음악에서도 일본 본토와는 다른 문화적 결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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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하브(Habu) 뱀 공연은 아열대 기후 지역인 오키나와의 생태적 특징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이었다. 독사인 하브는 오키나와 생태계의 상징적 존재 가운데 하나이며, 뱀술인 ‘하부슈’ 역시 지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 일정은 우미카지 테라스였다.


나하공항 남쪽 세나가지마에 조성된 이곳은 2015년에 개장한 해안 복합 공간이다. 흰색 계단식 건물들이 바다를 향해 펼쳐진 모습은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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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비행기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듯 이착륙하는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앉아 있었다.


전망 좋은 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북적임마저 이곳에서는 느긋한 풍경처럼 느껴졌다.


남부 여행은 북부보다 훨씬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남부 여행은 그 위에 쌓인 역사와 인간의 시간을 바라보는 여행에 가까웠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걸으면서 남부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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