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단계. 월급이 끊기고 나서야 진짜 자유가 보였다

by지크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했을 때 동료들은 걱정하면서도 은근 좋아했습니다.


“우리 중 유일한 가장이 괜찮겠어?”


“손이 부족해서 시도도 못해본 아이템들 있는데 이제 해볼 수 있으려나?”


그전까지 저는 늘 반쯤 걸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본업이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동료들에게 맡긴 탓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등은 파악 안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 진짜 뒤 없다는 생각으로 해보자"


괜히 의욕만 넘쳤습니다. 퇴사하면 뭔가 엄청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웃기게도 생활 자체는 별로 안 바뀌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 가고, 컴퓨터 켜고, 거래처 연락하고, 저녁 되면 퇴근했습니다.


다만 딱 하나 달랐습니다. 이제는 저한테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었고 제가 망해도 바카라임져줄 회사도 없었습니다. 저의 일을 도와줄 부하 직원도 없었습니다. 사업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제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막상 '그래서 이제 어떻게 돈 벌 건데?'라는 질문 앞에 앉으니까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괜히 회사 자료를 뒤적이는데 잠시 디저트 유행 때 재미보다 지금은 방치된 자사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회사 창고를 살펴보았습니다. 창고에는 온갖 재고가 꽤 남아 있었습니다. 냉동 밀키트도 있었고 디저트도 있었고 생활용품도 있었습니다. 남대문에서 떼다 팔던 악세사리들도 있었습니다. 다들 '언젠가 팔자'만 하고 손 놓고 있던 물건들이었습니다.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거의 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자사몰에 차근차근 하나씩 올렸습니다. 며칠째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방치되었던 탓에 자사몰의 알고리즘은 기대할 수 없었고 새로 등록한 상품들이 검색에 걸리리도 없었습니다.


결국 민망함을 참고 가입된 맘카페와 활동을 하는 카지노톡 단톡방에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습니다.


“재고 정리 겸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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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라이브커머스 컨설턴트이자 강연가. 업계 이야기도 쓰고 온라인 게임 생활의 흥미로운 일도 에세이 형태로 씁니다. 요즘은 에세이 쓰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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