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숫자는 정말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월급 외 수입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고, 자산 그래프는 제가 처음 보는 각도로 올라갔습니다.
솔직히 꽤 짜릿했습니다. 남들 퇴근하고 쉬는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하고, 새벽까지 노트북 붙잡고 있다가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하는 생활. 몸은 피곤했는데 이상하게 버틸 만했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그 피로를 잊게 만들었거든요.
‘똑똑한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해서 돈 버는구나’
남들보다 조금 더 치열하게 사는 사람.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
스스로를 꽤 괜찮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착각이 깨진 건 어느 평일 새벽이었습니다. 거실 불 하나만 켜놓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는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물 마시러 나온 아내였습니다. 푸석한 얼굴로 한참 저를 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열린 방문 틈으로는 아이 뒤척이는 소리도 같이 들렸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언제 자게? 요새 얼굴 보기 진짜 힘들다. 퇴근하면 애도 좀 안아주고 놀아도 주고 그래”
잠깐 정적이 흘렀습니다. 아내는 물컵을 내려놓더니 툭 덧붙였습니다.
“억만금 벌어와도 가족이라는 느낌이 안 들면 무슨 소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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