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아름답고 사투리가 정겨운 도시 부산. 저는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삶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뜬금없이 왜 고향 이야기냐고요?
이 부산이라는 공간이 제 ‘현실적인 파이어’에 결정적인 단서를 던져준 곳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들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꽤 충동적으로 파이어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언이 공허한 말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소득의 흐름을 하나씩 늘리고 지출은 최대한 단순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자산은 망설임 없이 투자로 돌렸습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결혼을 이야기할 나이가 되었고 회사에서 과분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큰 고민 없이 그동안 쌓아온 자산의 대부분을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바꾸었습니다. 많이 홀쭉해진 유동성 자산을 다시 키우기 위해 저는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부산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서울에서만 살아온 아내에게 부산은 ‘바다가 있는 여행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친구들과 한 번쯤 다녀오는 도시, 결혼 후에는 1년에 서너 번 시댁에 내려와 싱싱한 해산물에 감탄하고 돌아가는 곳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인생의 속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존재가 찾아왔습니다. 소중한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유독 물을 좋아했습니다. 대야든 욕조든 물만 채워주면 몇 시간이든 지치지 않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부산 바다를 본 날, 두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는 그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뛰어다녔습니다. 파도에 맞서고 모래를 뒤집어쓰고 결국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놀았습니다.
며칠 뒤 서울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은 햇볕에 까맣게 타 있었지만 그 표정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였습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바다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언제 가?”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고 결국 아내는 저와 일정과 맞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아이를 데리고 부산을 몇 번이고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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