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길과 걸어온 길

by무아


대학원 원서접수를 마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상담도 받고, 외래도 가고, 보고 싶던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일정들 중 가장 기다리는 일정은 상담센터 방문이다. 5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상담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큰 치유가 된다. 상담에 집중하다 보면 상담이 끝난 후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대화를 하기 때문일까, 그저 속 시원한 감정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번 상담에서 상담 말미에 선생님께 말씀드린 내 대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상담을 받고 나니 마치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지도에 점을 찍은 것 같아요. 지금 제 위치를요.

얼마나 더 가야 할지, 그리고 얼마나 걸어왔는지가 보여요.

이만큼 걸어왔구나. 이게 보이니까 제가 너무 대견하고 기특해요.


나에게 상담은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내가 나를 위해 한 노력들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목적지를 어디로 설정해야 하는지,

이런 여러 궁금증들을 해소하는 시간이 된다. 상담을 통해 한 단계씩 내면의 성장을 이뤄가는 나를 알아차린다.




흔하게도 종종 사람들은 가야 할 길에만 매몰되곤 한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험한 길이라고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좌절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뒤를 돌아 내가 걸어온 길들을 본다. 느려도 꾸준히 걸어왔구나. 힘들어도 포기는 하지 않았구나. 참 잘했구나. 장하구나.


내가 걸어온 길을 인정하는 것.

나에게 자비로워지는 것.

나를 용서하는 것.

나에게 친절해지는 것.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에서는 나를 저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봐줄 조력자가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경험한 방법 중 가장 확실하게 효과가 있던 방법이다.


하지만 상담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지도에 점을 찍을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일기를 쓰고, 바카라을 읽고, 셀프 칭찬을 하는 등 무한히 많은 방법으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어디쯤 와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자기애 실현의 출발점이 된다.


우리가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 모두 각자의 길을 간다. 방향도 제각각, 속도도 제각각이다. 어디로 가는 게 맞는지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함 중에 하나 확실한 건, 우리가 걸어온 길에 있다. 땀과 눈물, 웃음으로 가득 찬 길. 그 경험들이 우리를 만들었다.


인생은 언덕의 연속이라, 앞으로 가는 길이 순탄할 리 없다. 그럼에도 가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 그렇게 가고 또 가다 보면,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가 가는 길에서 만날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