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추석, 소소한 나들이

- 귤현타워 뷰를 만나다

byCha향기

추석 연휴 끝자락, 그냥 집에서 보내기가 좀 뭣하여 지척에 있는 계양 아라온 꽃축제에 가 보기로 했다. 지난해 그곳에 들렀을 때는 꽃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그땐 비가 많이 내린 후에다 철이 지나 꽃이 시들어서 보기 흉했다. 꽃이 지는 꼴은 차라리 안 보느니만 못하다. 다행히 올해는 꽃구경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7,500평 포시즌 정원에 가을을 물들이는 약 2,000만 송이 백일홍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그래서 꽃 반, 사람 반일 것이라고 여겼는데 인파가 붐비지 않았다. 뭔가 싸한 기분이 들었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가? 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생이 하룻밤 꿈같은

IE003678600_STD.jpg▲계양 아라온 포시즌 가든, 2,000만 송이 백일홍, 계양대교, 레터링 조형물, 황어 동상


이어서 황어 조형물을 촬영하고 랜드마크 레터링 앞에서 포즈를 잡아보기도 했다. 수변 공원 수향원 앞에는 초가지붕에 덩그러니 놓인 늙은 호박이 고향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꿈에나 다녀오는 고향이 그리워졌다.


가을의 시그니처 억새는 바람에 춤추듯 나부꼈다. 억새 풀숲에서 깔깔거리며 놀았던 옛벗 생각도 났다. 다들 어디서 무얼 하며 늙어가고 있을까? 인생이 하룻밤 꿈같은 것이라는 걸 알았을까?


조선시대 정자 양식에서 영감 받아 조성된 수향원은 아라뱃길을 배경으로 하여 늠름하게 버티고 있었다. 전통 담장과 소나무 사이에 어우러진 사각 정자와 2층 전통 팔작지붕 수향루에 오르니 계양산과 아라뱃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향루 지붕과 처마 아래, 내부 천장 등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과 문양인 단청(丹靑)에 시선이 멈췄다.


"우리 숨은 그림 찾기 할까?"라고 남편이 뜬금없이 말했다.

"숨은 그림이 어디 있어요?"라고 내가 묻자, "저 속에서 새소리 나잖아? 새가 그림 속에 숨었어? 새를 찾는 게 숨은 그림 찾기"라고 했다.


남편은 연신 단청을 사진으로 찍었다. 화려한 꽃과 기하학적 문양들이 그려진 지붕 처마에서 새를 찾아내긴 쉽지 않았다. 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을 숨긴 새들이 영악하게 숨바꼭질했다.


고향집 뒷산에 서걱대며 불던 댓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영락없는 시골 담장과 대나무가 노스탤지어 감성을 돋게 했다.

IE003678601_STD.jpg▲수향원 수향루와 억새, 공원 내에 있는 풍경

수향원을 지나 국화꽃 축제가 한창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곳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검색해 봤더니, 올해 계양 아라온 국화꽃 축제는 장소를 옮겨 '인근 도심인 계양구청 남측 광장 및 문화로 일원에서 가을꽃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설마 그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여 미리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불찰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높이 솟은 타워에 올라가 보고 싶었다. 그 타워에서 아라뱃길을 내려다보면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게다가 6년간 근무했던 중학교가 대교 옆에 있다. 그 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계양대교 건너 북편에 살았다. 학교 주변에는 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부에서는 학생들에게 안전 보행 훈시를 늘 했다. 학생 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학생들도 꽤 많았다. 학생들은 계양대교 하단부 교량을 이용하여 학교에 오곤 했다. 대교 하단부 교량을 단 한 번도 건너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용하던 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15년 세월이 흘렀다.


귤현타워에서 바라본 뱃길 뷰

IE003678602_STD.jpg▲아라뱃길 뷰/멀리 도심 풍경과 산도 보인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뷰가 멋지다.

경인 아라뱃길 계양대교에 있는 귤현타워에서는 한강 운하의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계양대교 하단 한강 변의 귤현 나루 산바카라로 덱(마루)에서 귤현타워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타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귤현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뷰는 상상외로 넓고 우람하다. 대교 하단부를 걸을 수 있는 교량 연결 층에 서면 운하길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끝없는 물길과 아스라이 보이는 서울 시내 풍경과 산까지 보여 뷰 맛집이 따로 없다.


계양대교는 경인 아라뱃길을 가로지르는 교량으로, 남북 양쪽에 엘리베이터와 전망시설을 갖춘 4개의 귤현타워가 있다. 우리는 북측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계양역에서 출발한다면 남측 타워를 이용하여 대교 하단부 교량을 통해 계양 아라온 포시즌 가든에 갈 수 있다.


국화는 보지 못했지만, 대신에 아라뱃길 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도심으로 들어와 점심을 먹으려고 맛집에 들렀더니 명절 연휴 끄트머리라 영업하지 않았다. 차선바카라으로 죽집으로 향했는데 거기도 실내에 불이 꺼져 있다.


"우리 차라리 카페에 들러 샌드위치와 커피로 '카페식(食)'을 할까요?"

"오늘 뭔가 제대로 되는 게 없네, 그래도 명절 연휴 마무리 잘했다."


남편과 함께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처럼 식당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인지 카페 안은 만원이었다.


-> 오마이뉴스 탑재 글: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7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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