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로 그립고 언제나 아름다운 노을, 보름달과 함께

- 영종도 마시안 해변 카페에서

byCha향기

뒤에는 달, 앞에는 노을! 이 장관을 보려고 길을 나섰다.


올해 추석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서 어느 곳에서도 보름달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은 더없이 맑았다.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보름달 보기'라는 나들이 콘셉트에 어울리는 날씨였다.


지인 부부와 나선 목적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영종도 마시안 해변이었다. 일몰 시각이 오후 6시 30분 경이라 다른 곳을 들렀다가 시간에 맞추어 그곳에 도착하기로 했다. 그래서 공항 전망대에 먼저 들렀다.


비행기가 쉼 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늘로 이륙하는 순간을 보고 있으니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 심정이 와닿는 듯했다. 이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예약해 둔 식당에서 재료가 소진되어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문자가 왔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곱창집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노을을 맘껏 즐길 수 있는 'ㅁ 카페'에 도착했다. 여태껏 해변 절벽에 있는 M 카페를 주로 이용했었는데 노을을 즐기려면 ㅁ 카페가 제격이었다. 넓은 주차장과 바다를 마당 삼아 지어진 카페에서 노을을 감상할 생각을 하니 설렜다. 무시로 그립고 언제나 아름다운 게 노을이다.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왜일까?


아뿔싸, 명절 연휴 기간이라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오래도록 서 있어야 했다. 그보다 더한 일은 앉을자리를 선점하는 일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자리를 잡으려고 루프탑으로 먼저 올라갔다. 빵 매대는 이미 빈 쟁반이 많았고 어쩌다 남아 있는 빵만 있을 뿐이었다. 맛을 따질 것도 없이 남아 있는 빵 몇 개를 쟁반에 챙겨 담아 음료를 주문하는 대열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통창으로 된 실내가 운치 있고 좋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때라 루프탑에 마련된 자리를 잡았다. 널찍한 소파와 유리 테이블에서 차를 마실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명당을 잡았다.


"열심히 일한 자, 열심히 놀아도 된다."

일행 A가 널찍한 소파에 발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마침내 바다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딸 부부가 그토록 찬사를 퍼붓던 코타키나발루 노을 장면이 떠올랐다. 그곳 노을이 유난히 붉은 이유가 궁금하여 검색해 본 적이 있다. 해가 질 때, 지구와 태양 사이의 각이 좁아지고 빛이 산란할 때 파장이 긴 붉은빛은 통과하여 하늘이 붉어진다고 했다. 노을은 태양과 지구, 하늘과 바다가 이루는 우주적 합작품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붉은 노을 앞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상서로움을 느꼈다.


IE003677287_STD.jpg▲노을과 보름달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해변 카페에 갔다.


붉은빛이 진해질수록 여기저기서 탄성이 울려 퍼졌다. 모두가 사진 찍느라 여념 없었다. 연인을 노을 앞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말없이 불그스레한 바다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노파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분의 흰머리가 영롱해 보였다. 그분은 자기의 인생을 바라보듯 숙연히 노을 앞에서 앉아 있었다.


보름달은 노을 지는 시각에 뜬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 이제 등장해요"라고 말하듯이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뒤는 보름달, 앞은 아름다운 노을, 장관이었다.


"코타키나발루까지 갈 필요도 없네."

남편이 감상에 젖어들며 말했다.


어느덧 노을이 사그라지고 우리도 주차 시간이 만료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뭉클했던 감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한 군데 더 들를까요?"

지인이 말했다.


"반나절 만에 영종도 명소를 다 훑겠네."

내가 우스갯소리를 했다.

IE003677291_STD.jpg▲공항 전망대에서 본 풍경과 용유하늘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종도 야경


검색했더니 '용유 하늘 전망대'가 야경 명소라고 했다. 계획에 없었던 하늘 전망대도 들렀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우람한 조형물이 버티고 있었다. 그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영종도 야경을 원 없이 봤다.


우리는 완연한 가을바람을 쐬며 바다 내음을 한껏 맡았다. 그러자 남편이 호연지기에 부풀어서 시조 한 수를 읊었다.


"말 없는 청산이요 태없는 유수로다.
값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
이 중에 병 없는 이 몸이 분별없이 늙으리라."


* 오마이뉴스에 탑재된 글: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7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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