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宮)이랬다

- 때 늦은 여름 나들이

byCha향기


하마터면 여름휴가 없이 보낼 뻔했다. 퇴임한 백수라 돈도 있고 시간도 있지만 순전히 더위 때문에 집콕했다.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며 열대야가 겹친 불볕더위에 지칠 대로 지쳤다. 더위가 꺾이는 '처서 매직'도 소용없었다.


폭염 ‘중대’ 경보가 발효된 판국이라 나들이에 나설 엄두가 안 났다. 언젠가 제주도 여행에서 더위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고 속초 여행에서는 폭염으로 나들이 일정을 포기한 적 있다. 그래서 무더위에 여행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다.


지인 부부가 우리와 함께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여름휴가를 갈음하는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8월 말이었다. 몇 차례 그곳에 다녀온 지인은 목적지로 가는 도중 오리 요리 식당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오리 슬라이스를 갖은 채소와 버무려 철판에 구워 먹는 오리 불고기집이었다. 이어서 밥을 볶고 마지막 코스로 들깨 수제비도 나왔다.


식당 벽면에 붙어있는 가게 주인의 약력이 화려했다. 아무튼 그런 이력을 내세우며 야심적으로 운영하는 오리 요릿집이었다.


“검색 좀 해봐. 집 근처에 이런 데 있으면 종종 가보게.”라고 남편이 말했다. 아쉽게도 그 식당 체인점이 우리 지역에는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목적지인 카페로 향했다. 지인이 그 카페에 대해 알려주면서 본인 스스로 들떠있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초대형 카페, 포레스트 아우팅스에 다녀온 적이 있고 대구에 있는 대형 카페, 별꽃자리를 여동생이 운영하고 있어서 카페가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다.


그런데 베이커리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산속에 있는 비밀 궁궐 같았다. 궁전으로 입궐하는 기분이었다. 주인장은 손님을 왕으로 여겨 궁궐에 모신다는 마음으로 카페 건물을 디자인했던 모양이다. 초대형 전통 '한옥' 베이커리 카페 규모와 자태에 눈이 동그래졌다.


약 3만 평 정도의 드넓은 부지에 한옥 건축물과 아름다운 야외 정원이 어우러져 있었다. 방문객이 많은 걸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곳을 나만 몰랐나 싶었다. 실내로 들어서니 전통 문양 창틀과 옛날 전등 모양의 샹들리에가 예사롭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매머드급 카페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부지와 시설비, 건축비가 어마하게 들었을 것이다.


빵이 진열된 매대 앞에 섰다. 점심을 먹었지만, 디저트를 고르고 차도 주문했다. 그리고 식빵을 두어 봉지씩 포장하여 한 가정에 하나씩 가져가기로 했다.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곳은 2층이었다. 우리가 빵을 고르고 차를 주문하는 동안 일행 중 한 명은 2층으로 먼저 올라갔다. 오죽하면 자리를 미리 잡아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분이 전화로 좌석 위치를 알려왔다. 카페 안에서 일행 찾는 게 쉽지 않을 판이었다.


“2층에 올라와서 우측으로 한참 걸어오다가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돼요.”

카페 좌석 잡으려고 GPS로 알리듯 할 일이었던가? 2층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평일이었고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말이다.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했다. 금방이라도 한복을 입은 내시나 궁녀들이 우르르 나올 것만 같았다.


왕이 된 기분으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여름을 수습했다. 마주 앉은 상대 커플의 투 샷을 찍어주며 일상의 시름을 잠시 내려놓았다.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주고받는 중에 ‘AI로 영상 만들기’라는 팝업이 보였다. 사진이 금방 동영상으로 바뀌었다. 우리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신나게 춤추는 영상으로 바뀌었다. 그 재미도 쏠쏠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1층 뒤쪽으로 나가보았다. 카페 전체 면적이 어마해 보였다. 미니 공원을 방불케 했다. 야외 테라스 및 정원 산바카라로를 거닐며 우람한 나무를 보니 힐링이 절로 됐다.


카페 정문 앞에 있는 시그니처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어떤 중년 노신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는 김치, 치즈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알고 봤더니 그분이 바로 그곳 소유주였다. 이것저것 물어보며 인터뷰했다. 그분은 우리가 묻는 말에 친절하게 답변하셨다.


650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과 조경이라며 그간 겪으셨던 실패담도 전해주셨다. 카페를 완공하는데 5년 정도 걸렸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는 6년쯤 됐다고 하셨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 씨의 합장릉인 융릉이 그 카페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건물과 어울리는, ‘혜경궁 베이커리 카페'로 명명하기로 하셨단다.


사장님으로부터 카페 조성 뒷이야기를 전해 듣고 카페의 자태를 바라보니 문화 유적지로 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데헌이나 BTS 등의 활약으로 한류 바람이 대단하니 말이다. 그러잖아도 외국인들이 몇 명 보였다. 저들은 검색하여 그곳에 왔을 것이다. 우리보다 발 빠르게 찾아와 한류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래전에 들렀던 미국 펜실베이니아 ‘롱우드 가든’ 이 생각났다. 그 공원은 피에르 듀퐁이 소유하던 정원을 사재와 함께 재단에 기부하여 대중에게 영구히 개방한 사설 공공 정원이란 말을 들었다. 한류 열풍이 뜨거운 요즘, 이 카페도 지자체와 윈윈 하여 공공 정원으로 만든다면 문화적 가치가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 지난 여름 나들이, 늦었지만 나서길 잘했다. 반일치기 여행으로 경기도 화성에 다녀왔지만, 타임캡슐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고 온 듯하다. 요즘 은밀한 취미 생활로 AI로 노래 영상 만들기를 하는 중인데 혜경궁을 배경으로 드라마 <옥씨부인> OST 도 만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A47lUDPikc




이번에 집필한 <장한 막득이, 학골댁>이 연일 '인기 온라인카지노북' 에세이(가족)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시간 되시면 읽어보세요.


https://fishingproductfr.com/brunchbook/mrschas33


#혜경궁

#베이커리카페

#대구별꽃자리

#송도아우팅스포레스트

#장한막득이학골댁

#어머니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MBC 여성시대> 사연이 채택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