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있느냐는 플러팅을 받았다
딸의 버킷리스트에 '교복 입고 롯데월드 가기'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는지 딸내미는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교복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그게 뭐라고? 그런 걸 왜 하려고 하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구러 세월이 흘렀고 몇 번의 이사도 했다. 그런 와중에 딸내미의 교복을 버렸는지? 딸이 챙겨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 6월이었다. 딸이 버킷리스트를 해보기로 했다며 우리 내외도 롯데월드에 함께 갈 거냐고 했다. 그러잖아도 롯데타워에 가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상황으로 미루고 있던 터였다. 꿩 대신 닭으로, 롯데월드 가는 것에 합류했다. 현직 때 학생들 체험학습 인솔자로 롯데월드에 몇 번 가보긴 했지만 학생들을 챙겨 무사히 귀가하는 데만 신경이 쓰였던지라 롯데월드에 가봤다고 할 수 없다.
환상의 나라에 입성하듯 롯데월드에 입장했다. 교복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었다. 얼떨결에 교복을 입게 됐다.우리 내외도 교복을 챙겨 입긴 했는데 우리가 예전에 입었던 교복과 사뭇 달랐다. 요즘 학생들이 입는 교복이었다. 졸업한 지 50년 만에 입는 교복, 만감이 교차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더라면 그 시절보다 10kg이나 살을 찌어두진 않았을 것이다. 내게 맞는 교복이 있으려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막상 교복을 입으니 모두 나름대로 잘 어울렸다. 사위는 미국 사립고 학생처럼 간지 나 보였고 딸내미는 응원단장처럼 보였다. 남편은 백팩까지 매고 있으니 모범생 모습이었다. 교복이 내게도 잘 어울려 다들 신기해했다. 사실은, 숨을 안으로 들이쉬어 뱃살을 감추느라 애썼다. 그날 그곳에서 만큼은 우린 학생이 되었다. 온종일 교복을 입은 채로 놀이기구를 타며 일상의 근심을 내려놓고 깔깔거렸다. 우리 부부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보기 좋다며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분도 있었다.
롯데월드에 안 가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린 처음이었다. 게다가 50년 만에 교복을 입고 롯데월드를 활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생은 체험이다. 체험이 삶이 된다. 덜렁덜렁 딸내미 내외를 따라가서 교복 입고 하루를 보낸 시간이 또 하나의 인생 발자국이 되었다.
남편은 몇 번이나 "당신, 잘 어울리는데?"라고 하더니 한 번은, "어이, 학생, 혹시 시간 있어?"라고 하여 모두 빵 터졌다. 50년 만에 교복을 입었다가 그런 플러팅도 받았다. 그날 우린, 대본 없는 인생극을 연기하는 주연 배우들이었다.
딸내미는 인형 뽑기 성공률이 높은 모양이다. 요즘 학생들이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인형을 나도 내심 갖고 싶었다. 딸내미가 한 번 만에 인형을 뽑았다. 우리가 손뼉 치며 좋아하니 주위에 있는 분들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리는 다 함께 즉석 춤을 췄다. 작은 것이 그런 큰 기쁨이 될 수도 있었다. 마음속에 있던 주름 몇 개가 펴지는 기분이었다.
분식도 시켜 먹고 삼바춤 퍼레이드도 관람했다. 딸내미 유튜브 영상에 롯데월드에서의 보냈던 시간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롯데월드에 가보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롯데 월드를 신나고 멋지게 체험하기, 레시피 같은 Vlog다.
https://www.youtube.com/watch?v=jbPuittxzwY&t=156s
P.S. 이번에 집필한 <장한 막득이, 학골댁>이 연일 '인기 온라인카지노북' 에세이(가족) 부문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시간 되시면 읽어보세요.
https://fishingproductfr.com/brunchbook/mrschas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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