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쯤 있다면 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다 보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나쁜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말을 싫어하는지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한 사람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과 오래 살아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이해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어렵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어떤 말을 하면 상처받는지, 어떤 순간에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 어떤 문제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지도 조금씩 배워야 한다. 그것도 한 번 알아두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은 변한다. 스무 살에 좋아했던 것을 마흔 살에는 싫어할 수도 있고,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말이 어느 순간부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지만, 이상하게 모르는 것도 계속 생긴다.
그래서 이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이해의 산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작은 돌멩이 몇 알 정도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여행을 가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돌멩이가 하나씩 쌓인다. 아,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말을 싫어하는구나. 힘들 때는 말을 걸어주는 것보다 그냥 두는 게 좋구나. 그렇게 상대에 대한 경험이 하나씩 쌓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꽤 높은 산 하나가 만들어진다. 그때부터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사람을 잘 알아.
나는 이 사람을 이해해.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내와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국가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살아온 방식도 달랐지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훨씬 컸으니까. 상대에게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조금 다른 생각을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불편한 것이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는 이해의 산을 쌓는 일이 꽤 쉬웠던 것 같다. 상대가 궁금했고, 알고 싶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라도 더 알고 싶었다. 사랑이라는 힘이 계속 이해의 흙을 날라주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랑의 모습도 달라진다. 처음처럼 상대의 모든 것이 궁금하지는 않게 되고, 익숙함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귀엽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어느 순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넘겼던 차이가 생활 속에서는 꽤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때부터 이해에는 진짜 노력이 필요해진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저절로 되는 것처럼 느껴졌던 일이 이제는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된다.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생각해 봐야 하고, 내 기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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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