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랫동안 불안을 안고 살았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당장 먹고살 수 없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늘 마음 한구석에 크고 작은 불안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늘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친구들의 결정이나,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갔다.
특히 스무 살 무렵의 나는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이 어디를 가자고 하면 따라갔다. 재미있는 것도 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술도 마셨다. 하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잘 몰랐다. 어쩌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좋아하는 걸 어떤 식으로 해야 찾을 수 있는지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그것에 대해서 알아봐야 하고, 또 직접 해봐야 하는데, 그 선택을 하면 그 결과도 감당해야 하니까.
그래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갔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은 없었다. 그런데 스무 살 중반을 지나면서 나는 그 불안의 이유를 조금 엉뚱한 곳에서 찾았던 것 같다.
돈이 없어서 그런가.
대학원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고, 마침내 회사에 들어갔다. 매달 통장에 월급이라는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몇 년 동안 내 자신감이 조금 올라갔던 것 같다. 회사 일은 매번 야근과 상사의 괴롭힘에 힘들었지만,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좋았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도 안정감을 줬다. 명함이 생겼고, 직업을 말할 수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었다.
연애도 하고 소개팅도 했다. 이전보다 조금은 고개를 들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이었지만,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이제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월급은 계속 들어오는데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월급이 들어오는 걸 보고 만족하면서도, 스멀스멀 그 검은 모습을 드러냈다. 돈을 벌면 자신감이 뿜뿜일 줄만 알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월급이 조금 더 많아지고, 가지고 있는 것이 늘어나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검은 공간이 있었다.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그때는 그것을 자존감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가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좋은 온라인 게임, 조금 더 많은 돈, 조금 더 인정받는 사람, 조금 더 나은 슬롯 활동. 그런 것들이 하나씩 채워지면 언젠가는 마음속 빈칸도 전부 채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태어났다. 여러 회사로 이직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큰 회사에 자리 잡았고, 그 회사에서 보낸 시간은 10년이 넘었다. 직급도 조금씩 올라가 매니저 직급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평균적인 삶의 과정을 나 역시 하나씩 지나왔다. 그리고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불안은 아직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살고 있던 작은 아이처럼.
작고 검은 불안이라는 아이.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 예전에는 그 아이가 조금만 몸집을 키워도 겁이 났다. 무언가 잘못될 것 같으면 마음 전체를 집어삼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전혀 없었다. 가끔은 세상을 계속 살아가도 되는 것인지, 나의 삶 자체를 의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위태위태한 순간들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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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