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꽤 오래된 일이다. 너무 오래되어 정확히 언제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온라인 게임인이 되는 동안 그런 질문을 해본 적조차 없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뒤 나에게 장난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게임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고, 무언가를 수집하는 취미도 없었다. 영화는 계속 좋아했지만 그것은 어린 시절의 놀이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극장에 가고, 영화를 보는 일은 좋아했지만 장난감을 손에 들고 아무 이유 없이 신나 하던 마음과는 달랐다.
온라인 게임에 들어간 뒤에는 더 그랬다.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했다. 그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마 연애였던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사랑 때문에 행복하거나 힘들어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장난감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이고, 게임도 어느 순간 졸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도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순간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을 것이다. 아직 산타할아버지를 믿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머리맡에 빨간색 무선조종 자동차가 놓여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까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걸 발견했던 순간의 기분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다. 너무 신이 났다.
자동차를 들고 부모님에게 달려가 이것 좀 보라고 떠들었던 것 같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줬다고, 내가 정말 받고 싶었던 거라고. 부모님은 아마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내가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르는 척 웃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때의 부모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졌는데도 그 아침의 감정은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다.
또 하나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처음 게임기가 생겼을 때다. 재믹스라는 게임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단순한 게임들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작은 기계가 신기한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졌다. 게임 팩을 꽂고, 텔레비전에 게임기를 연결해야 했다. 게임을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어느 날 아침, 엄마에게 게임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게임기를 연결하고 팩을 꽂고 전원을 켰다. 아마 그날 게임을 한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게임 화면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순간.
이제 시작한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던 마음.
수십 년 전의 아주 평범한 아침인데 나는 아직도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장난감을 보면 눈을 반짝이고, 게임 하나를 하기 위해 아침부터 들떠 있던 아이. 무선조종 자동차 하나를 들고 부모님에게 달려가 자랑하던 아이. 어른이 된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아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아주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을 뿐이었다.
영화 <토이 스토리 5>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토이 스토리>의 세계에서 장난감은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손에 들고 이야기를 만든다. 작은 인형 하나는 어느 순간 영웅이 되고, 다른 인형은 악당이 된다. 방바닥은 거대한 세상이 되고, 침대와 바카라상은 산과 성이 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이가 작은 인형 몇 개를 움직이며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 순간만큼은 그 세계가 진짜다.
나도 어렸을 때 인형을 좋아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인형을 손에 들었다. 내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우리는 역할놀이를 정말 많이 했다. 작은 인형들을 하나씩 손에 들고 각자의 역할을 정했다. 나는 어떤 인형을 맡고 아이는 다른 인형을 맡았다. 그리고 둘이서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진지해졌다.
인형끼리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했다. 서로 포개져 껴안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야기는 아무 방향으로나 흘러갔다. 조금 전까지 악당이었던 인형이 갑자기 친구가 되기도 했고, 죽었던 인형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었고, 어이없는 전개도 있었지만, 그게 재미있었다.
아이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도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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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