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를 기억할까

-<애프터썬>

by레빗구미


7화 아이는 부모를 기억할까.png


아이와 처음 키즈카페에 갔던 때를 기억한다. 아직 제대로 뛰지도 못하던 아이였다. 트램펄린 위에 올라가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내가 손을 잡아주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몇 번 폴짝거리다 재미를 알게 되었는지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다음부터는 계속 뛰었다.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다시 뛰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이는 아마 그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작은 몸으로 폴짝거리던 모습도, 새로운 놀이를 발견했다는 듯 웃던 얼굴도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때는 키즈카페에 한 번 다녀오는 것도 꽤 힘든 일이었다. 아이를 계속 따라다녀야 했고, 위험한 곳에 올라가면 내려줘야 했고,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온몸의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힘들었던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아이가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아이와 참 많은 키즈카페를 다녔다. 주말이면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고, 어떤 곳은 몇 번씩 다시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가 자주 가던 키즈카페가 하나둘 사라졌다. 없어진 곳도 있었고, 아이가 더 이상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도 생겼다.

그사이 아이는 꽤나 많이 자랐다.


이제는 키즈카페 대신 함께 여행을 다닌다. 둘이서 여행을 가기도 하고, 같이 수영을 하고, 관광지를 돌아다닌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만화카페에서 각자 보고 싶은 만화바카라을 골라 읽기도 한다. 예전에는 내가 손을 잡고 데려가야 했던 아이가 이제는 어디에 가고 싶은지 자신의 의견을 먼저 말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고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싫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물론 좋은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도 있고, 나도 화를 낸다. 여행을 가서 서로 기분이 상할 때도 있고, 별것 아닌 일로 목소리가 커질 때도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내가 정한 대로 따라오면 됐지만, 이제는 자신의 생각이 생겼으니 부딪히는 순간도 조금씩 많아진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아이와 함께 추억의 산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데리고 다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과 여행을 가면 그냥 신났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좋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좋았고, 평소와 다른 곳에서 잠을 자는 것도 재미있었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부모님이 무엇을 했는지, 돈은 얼마나 들었는지, 운전하는 사람이 얼마나 피곤했는지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였으니까.


아마 내 아이도 비슷할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무엇을 예약했는지, 얼마나 운전했는지, 피곤한 몸으로 아이를 따라다니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별로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아내가 가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도 아이의 머릿속에는 그런 것보다 수영장에서 놀았던 일이나, 맛있는 것을 먹었던 일이나, 처음 보는 풍경 앞에서 신났던 순간이 더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내가 기억하는 시간과 아이가 기억하는 시간은 얼마나 다를까.



영화 <애프터썬>을 보면서도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영화 속 소피는 아버지 캘럼과 함께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난다. 둘은 수영을 하고, 밥을 먹고, 장난을 치고, 관광지를 돌아다닌다. 아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여행은 아니다. 그냥 아버지와 딸이 함께 보내는 며칠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그들의 여행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게 느껴졌다.


특히 소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아버지 캘럼이 그랬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다. 아버지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돈 때문에 어떤 걱정을 하는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소피가 보는 것은 자신과 함께 수영하는 아버지이고,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아버지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버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는 조금 다른 것을 본다. 캘럼이 혼자 있을 때 보이는 얼굴이 있다. 딸 앞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 슬픔이 있고, 불안이 있고, 어딘가 위태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소피는 그것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어렴풋이 이상함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이가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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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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