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팀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팀에게는 이미 자신만의 가족이 생겼고, 이제 또 한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이지만,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 결국 팀에게도 아버지와 정말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마지막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서로를 붙잡고 그렇게 울지도 않고, 거창한 말을 주고받지도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이 좋은 아버지였는지를 묻고, 팀은 대답한다. 아주 좋은 아버지였다고. 그리고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시간을 돌려 팀이 어린 시절이었던 어느 날로 돌아간다. 함께 바닷가를 걷고, 뛰어다니며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이미 지나가 버린 아주 오래전의 하루를 다시 살아본다. 그 장면은 참 따뜻하게 다가오는 장면이다. 아마 나에게는 저렇게 아버지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부러움과 따뜻함을 같이 느꼈던 그 장면들 속에서 나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사실 나는 아버지를 아주 좋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늘 바빴고, 일을 하느라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가족끼리 놀러 갔던 기억도 있고, 아버지 고향 시골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던 기억도 있다.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였고, 함께 어딘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아버지는 다정한 사람보다는 정없고 무서운 사람에 가까웠다. 잔소리가 많을 때가 있었고, 잘못하면 엄하게 혼났다.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낼까 싶었던 순간들도 참 많았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보면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모습이 더 많이 떠오른다.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개에게 물렸을 때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갖고 싶은 게임기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허락을 구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인데, 이상하게 그런 장면들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여러 단편적인 기억들이 남아있는데,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잊었다. 그런데 그때의 어떤 풍경과 감정은 남아 있다. 가족들과 함께 걷던 길, 혼날까 봐 조마조마했던 마음,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 같은 것들이다.
어릴 때의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원래부터 어른인 줄 알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 사람들. 일종의 완성된 사람이라고나 할까. 부모란 원래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가 실수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를 내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몰랐고, 짜증을 내면 왜 나에게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라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하며, 무엇이든 알고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은 어른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30대를 지나 40대가 되면서 아주 당연한 사실 하나를 뒤늦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 나이를 처음 살아보고 있었겠구나. 지금의 나처럼 회사에 가기 싫은 아침도 있었을 것이고, 돈 걱정을 하던 밤도 있었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고 집으로 돌아온 날도 있었을 테고, 자신의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30대가 처음이었고, 40대도 처음이었다. 그런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부모도 부모라는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나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어린 시절 싫었던 일들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당연히 그런 것들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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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