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영화 <빅식>에서 주인공 쿠마일은 에밀리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문화적 차이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20년, 30년 넘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니까. 먹는 음식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명절을 보내는 방식도 다르다.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돈을 쓰는 방법,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다를 수 있다. 나 역시 결혼하기 전에는 그런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사랑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 아내의 중국 집에 인사를 하러 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장모님은 나를 위해 계속 음식을 만들어 주셨지만, 나는 그 음식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웃으면서 맛있게 먹는 것뿐이었다. 밥을 먹다가 사람들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만 해도 이게 어쩔 수 없는 문화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몇 번 중국을 오가면서 조금씩 중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장모님이 사용하는 휴대폰을 보게 되었다. 오래된 휴대폰이었다. 버튼은 잘 눌리지 않았고, 배터리도 접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몇 번씩 만져야 했다. 그런데도 장모님은 별말 없이 그 휴대폰을 계속 사용하고 계셨다. 처남과 아내에게 장모님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했다. 결국 새 휴대폰을 마련했고, 장모님은 정말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무슨 문화 차이가 있을까.
좋은 것을 받으면 기쁘고, 누군가 나를 생각해 줬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은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장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어쩌면 가족이 된다는 건 이런 작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문화 차이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싶었다. 국적이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맛있는 것을 먹으면 좋아하고, 가족이 아프면 걱정하고,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고, 누군가 자신을 생각해 주면 고마워한다. 사용하는 언어와 살아가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감정은 생각보다 닮아 있었다.
영화 <빅식>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쿠마일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이고 에밀리는 미국인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연인이 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쿠마일의 가족은 그가 파키스탄 여성과 결혼하기를 원하고, 쿠마일은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채 계속해서 맞선을 본다. 에밀리는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상처받는다. 두 사람이 사랑한다고 해서 그들을 둘러싼 세계까지 갑자기 합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영화를 보면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문화 차이다. 파키스탄계 가족의 결혼관과 미국인 에밀리의 생각은 너무 다르다. 가족이 정해 주는 결혼과 자신이 선택하는 사랑이 부딪힌다. 쿠마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사이에서 쉽게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다. 그래서 <빅식>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사랑할 때 생기는 전형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오래 생각하고 있으니 조금 다른 것들 떠올랐다. 결국 쿠마일이 해야 했던 것은 문화 차이를 없애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가족이 원하는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이었다. 에밀리 역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쿠마일의 가족과 삶의 배경까지 모두 마주해야 했다. 두 사람이 넘어야 했던 것은 국적이라는 선 하나가 아니라, 서로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전체였는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10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보니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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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