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도 피터 파커를 좋아할까

by레빗구미

어릴 때는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하늘을 날고 싶었고,
벽을 타고 싶었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힘 하나쯤 가지고 싶었다.

그런 힘이 생기면
인생도 조금은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다시 <스파이더맨>을 보면
이상하게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미줄보다 월세가 보이고,
악당과 싸우는 장면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얼굴이 보인다.


힘이 있어도 사랑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사람들을 구해도 자신의 삶까지 구할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영웅이다.

세상을 구할 정도로 강한데,
자기 인생 하나 제대로 지켜내는 건 그렇게 어렵다.


그래서인지 나는 수많은 슈퍼히어로 가운데
유독 피터 파커를 오래 좋아했다.

그리고 어느새 세 명의 피터 파커를 만났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는
바카라임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뤘다.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는
사랑을 통해 앞으로 나아갔고,
그 사랑을 잃은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톰 홀랜드의 피터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시작했지만
결국 모두의 기억에서 혼자 사라져버렸다.


같은 이름.
같은 능력.
같은 스파이더맨.


그런데 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전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을수록 그들이 싸우는 모습보다
싸움이 끝난 뒤 혼자 남겨진 얼굴이 더 오래 보인다.

어쩌면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건
스파이더맨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힘을 가지고도
사랑 때문에 흔들리고,
돈 때문에 고민하고,
사람을 잃고...

그래도 다음 날 다시 일어나야 했던 사람.

피터 파커.

이번 글은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세 명의 피터 파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을
내 영어 이름으로 삼을 만큼 좋아했던 사람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그들을 바라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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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첫번째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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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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