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은 계속 소심할 것이고, 자신 없는 사람은 평생 자신 없이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고, 인생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20대의 나는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은 많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실 원하는게 뭔지 잘 몰랐고, 그저 TV브라운관에서 보이던 다른 사람의 삶을 그저 동경하고 상상할 뿐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간다고 해서 갑자기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선택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고등학교까지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대학에 들어가니 전공을 선택해야 했고, 졸업을 앞두고는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수동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갑자기 수많은 갈림길 앞에 놓인 기분이었다.
그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다. 머릿속에는 멋진 미래가 그려졌지만, 현실의 나는 그 상상을 따라가지 못했다. 좋은 회사에 다니는 모습도, 해외여행을 하는 모습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도 수없이 상상해봤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생각만으로 끝났다.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었고, 해외로 간다는 건 먼 세상 남의 이야기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고, 하고 싶은 일이 떠올라도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앞섰다. 선뜻 발을 떼지 못했던 무수한 시간들이 내 과거의 시간 속엔 무척 많았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도 그랬다.
그는 회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한 사람이었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고,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대신 머릿속에서만 수백 번의 대화를 이어 간다.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용감한 사람. 그의 상상은 무척 실감났고, 아름다웠다.그 속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그의 머릿속에는 황홀한 상상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영화 초반의 월터를 보며 이상할 만큼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20대의 나는 상상을 참 많이 했다. 성공한 온라인 게임인이 된 모습, 멋진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 외국 거리를 걷는 모습, 좋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 그런데 정작 현실의 나는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머릿속의 생각은 점점 커졌지만, 현실의 나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상상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일을 더 어려워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월터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거대한 결심 때문은 아니었다. 우연히 시작된 하나의 일이 그를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고, 비행기를 타게 했고,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세상으로 걸어가게 만들었다. 아이슬란드의 긴 도로를 달리고,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히말라야까지 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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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