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행복보다 익숙함을 선택할까

-<미포 미드나잇>

by레빗구미
2화 왜 우리는 행복보다 익숙함을 선택할까.png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 가장 흥미로웠던 건, 제시와 셀린이 크게 다투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가족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사랑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둘의 행복한 순간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더 쉽게 상처를 주고, 사랑하기에 더 깊이 실망한다.


두 사람은 원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텔 숙박을 하게 되었고, 실제로 서로 옷을 벗으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내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고,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마치 진짜 부부처럼 그 과정 자체가 자연스러우면서도 긴장감이 넘쳤다. 이상하게도 남의 싸움은 눈을 떼기 어렵다. 그런 부부간의 말다툼이 남의 일 같지 않기에 더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행복보다 익숙함을 더 쉽게 선택하게 될까.


어릴 때의 나는 행복이 목표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 중 하나였으니까.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온라인 게임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줄 알았다. 행복은 마치 계단처럼 하나씩 올라가는 것이고, 마지막 계단에 도착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남들이 다 하니까, 그런 평범한 삶으로 가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대학 진학과 취업을 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온라인 게임에 다니면서 결혼이 늦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꽤 많은 소개팅, 사귐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만 지나갔다. 모든 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결혼해서 오래 살 사람을 만나는 건, 천운과도 같은 일이었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된 것 같다. 말주변이 없었지만, 따뜻했고, 확 튀는 점은 없었지만 무던했던 나 자신이 그때는 더 못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과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때 나는 이미 '평범한 삶' 속으로 들어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행복했고, 편안했고 더 바랄 것이 없었으니까. 둘이 소박한 식탁에 몇 가지 찬을 차리고, 조용히 밥을 떠먹는 것만으로도 충만함이 가득한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행복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얻었을 때도, 결혼을 했을 때도,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처음에는 모든 것이 특별했다. 평범한 하루도 설렜고, 함께 밥을 먹는 시간조차 소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특별했던 순간들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일상은 조금씩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갔다. 어쩌면 삶의 모든 순간들은 그렇게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행복보다 익숙함을 더 선호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30대를 지나며 회사 생활을 할 때도 그랬다. 야근이 잦아 일이 힘들었고, 인정받기 위해 애썼지만 늘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어떤 상사는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질렀고,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쉽게 회사를 떠날 생각은 하지 못했다. 행복해서가 아니라, 그곳이 이미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일상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 일상을 벗어나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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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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