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는 질문하는 과정인가
집 짓기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내가 혼자 무슨 걱정을 하던 현장에서는 계속 작업이 이루어진다. 경험 많은 현장소장은 어떤 상항에서도 무엇을 처리하고 또 준비할지 머릿속에 나름의 Map인 '건축 지도'가 있다.
'그런데 나와 아내는 머릿속에 그 지도 'Map'이란 것이 애당초 없다.'
착공한 순간부터 매 순간 뭔가를 준비하고, 생각하고 때로는 걱정하는 게 그냥 요즘의 일상이다.
하지만 목재로 이루어진 집의 다양한 공간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아름답고 따듯하고 또 신선하다.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냥 이 뼈대만 놓고 감상하면 참 멋지고 낭만적일 거 같다.
목구조가 끝나면 목구조는 빙산의 수면 위 꼭대기같이 일부만 보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지붕과 벽속으로 숨어 버린다. 그래서 골조가 완성되는 순간은 잠시다. 그 임시 공간의 감동은 오직 가슴속에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외장공사와 내장공사가 순서대로 또는 동시에 병렬로 '척척' 진행되며 앞의 공정을 새롭게 덮어간다.
내가 건축주로서 미리 건축에 대한 기초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꽤 열심히는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건축에 대한 상식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결과물에 대한 이미지만 있다. 실제 공정상의 이슈를 이해하거나 구조와 재료가 만나는 상호작용의 퍼즐 조각들을 다 알 수는 없다.
자기가 모르는 분야로 깊숙이 들어가면 누구나 시야 확보가 안된다. 갑자기 무언가 작은 거라도 부딪혀야 비로소 무엇이 내 앞에 서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자세한 Map은 없지만 그동안의 인생 짬밥(?)으로 은근 대처 중이다.
모르거나 궁금하면 먼저 인터넷과 제미나이 AI에게 물어본다. 한번 정리해 본 후 현장소장이나 건축가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끝없는 호기심과 무한생성 걱정을 해결하고 있다.
'해결?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과정일 수도.'
질문조차 주저하게 되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 하지만 생각해 보고 당당히 질문해야 한다. 의외로 그 과정에서 방향을 새롭게 찾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물어보아야 하나?'
이걸 넘어서야 한다. 내 걸음걸이 속도에 맞추어 꾸준히 따라가면서 물어보면, 더 좋은 대답이 나온다.
예를 들면 중정 담장에 무늬를 내는 문양거푸집 재고가 없어 벽면 마감 방식을 갑자기 바꾸자고 제안이 왔다. 나와 아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그냥 '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밤새 인터넷을 뒤졌고 비슷한 대안을 찾아 제안할 수 있었다.
또 도면과 다르게 시공에서 빠진 부분도 발견했다. 처음엔 궁금했고 그리고 의아했다. 이럴 때는 도면이 기준이다. 상세히 비교하고 문의하니 금방 확인이 되었고 다음 공정에서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다 보니 깜박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내가 물으나 마나 한 경우가 아닐까? 그래도 물어보면 내 답답함이 풀리고 속은 편안해진다.
"고민을 계속하는 것은 단지 힘든 과정이 아니라, 다음 생각의 씨앗이자 가능성의 탐색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를 '느린 해결바카라'이라 칭했는데 마음에 든다.
계속 '궁금해!' 해야 한다. 적절히 그리고 좀 더 즐겁게 질문하면 된다. 그게 처음 집을 짓는 나에게 느리지만 유일한 해결바카라일 거 같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낯선 세상으로 들어갈 때 찾아보고 싶은 인생 지도가 따로 있을까? 없을 거 같다. 다음을 위한 질문들의 과정이 궁금한 길을 안내할 것이다. One Way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기 위해 질문해야 한다.
'FRP방수로 테라스 바닥 마감을 하면 모서리와 옆면은 어떻게 처리하지?'
'일단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으면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