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다.
너무 익숙해서 무서웠다.
그 표정을 자신은 알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가까이에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알고 있었다. 수백 번은 본 사람처럼. 다미는 자신도 모르게 화면 속 제이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었다.
“... 당신 누구야.”
질문은 남자에게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를 잊어버린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번개처럼 스쳤다. 누군가와 함께 웃으며 달리던 새벽 공원, 모자를 눌러쓴 채 편의점 컵라면을 나눠 먹던 순간, 어깨에 기대 잠든 감촉. 모두 흐릿했지만 감정만은 선명했다.
봄날의 햇살을 품은 느낌이었다.
아침이 밝자마자 다미는 유하를 찾아갔다.
연구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흰 가운을 입은 유하가 놀란 얼굴로 돌아봤다.
“다미야, 너 얼굴이 왜 그래?”
다미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네가 준 약... 기억만 지우는 거 맞아?”
유하의 얼굴이 굳었다.
“갑자기 왜?”
“나, 이 남자를 모르겠는데... 눈물이 계속 나.”
정적이 흘렀다.
“영상만 보면 그냥 심장이 뛰어. 냄새가 기억날 것 같고 손을 잡아본 것 같고... 눈물이 나. 그런데 얼굴만 보면 도무지 모르겠어. 이게 어떻게 가능해?”
유하는 한참 말이 없다가 정적을 깼다.
“기억은 파일 삭제처럼 깔끔하지 않아.”
“뭐?”
“사건은 지워도 감각은 남을 수 있어. 감정은 더 질겨. 특히... 강한 사랑이나 트라우마는.”
“그럼 내가 저 남자를...”
유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침묵이 곧 답이었다.
다미의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다시 꿈틀거렸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이름 없는 감정이, 이제는 분명한 형태를 갖추며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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