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의 춤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무대에 서면 나영의 비웃는 얼굴이 떠올랐고 박자를 놓쳤으며 몸은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춤을 출 때마다 숨이 막혀왔다.
"유다미, 너 요새 춤이 왜 이래? 도저히 안 되겠다. 당분간 넌 라인업에서 빠져."
인생의 전부였던 춤을 잃어버린 다미는 속이 텅 빈 껍데기처럼 말라갔다. 무대 아래에서 남이 춤추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매일매일이 그녀에겐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너 이러다 진짜 죽어."
어두컴컴한 다미의 자취방,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유하가 찾아왔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다미를 보다 못한 유하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
"임상 막바지인 신약이야. 신경계에 작용해서 딱 최근 1년간의 단기 기억만 깔끔하게 지워버려. 네 기억들, 그냥 포맷해."
약병을 쥐어든 다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제이를 사랑했다. 그의 품에 안기면 세상 모든 시름이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다미에게는 춤이 더 중요했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살아 숨 쉬는 감각 없이 그녀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었다.
밤새 오읍하던 그녀는 제이와 나영을 각각 다른 날 자신의 집으로 불러냈다. 다미가 건넨 이별의 와인, 그리고 가짜 웃음을 지으며 내민 커피 속에는 무색무취의 약이 녹아있었다. 그들이 초점을 잃고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다미는 남은 한 알을 자신의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안녕, 나의 전부였던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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