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불이 켜지다 4화

by바카라방별곡

다미의 춤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무대에 서면 나영의 비웃는 얼굴이 떠올랐고 박자를 놓쳤으며 몸은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춤을 출 때마다 숨이 막혀왔다.
​"유다미, 너 요새 춤이 왜 이래? 도저히 안 되겠다. 당분간 넌 라인업에서 빠져."
​인생의 전부였던 춤을 잃어버린 다미는 속이 텅 빈 껍데기처럼 말라갔다. 무대 아래에서 남이 춤추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매일매일이 그녀에겐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너 이러다 진짜 죽어."
​어두컴컴한 다미의 자취방,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유하가 찾아왔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다미를 보다 못한 유하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
​"임상 막바지인 신약이야. 신경계에 작용해서 딱 최근 1년간의 단기 기억만 깔끔하게 지워버려. 네 기억들, 그냥 포맷해."
​약병을 쥐어든 다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제이를 사랑했다. 그의 품에 안기면 세상 모든 시름이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다미에게는 춤이 더 중요했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살아 숨 쉬는 감각 없이 그녀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었다.
​밤새 오읍하던 그녀는 제이와 나영을 각각 다른 날 자신의 집으로 불러냈다. 다미가 건넨 이별의 와인, 그리고 가짜 웃음을 지으며 내민 커피 속에는 무색무취의 약이 녹아있었다. 그들이 초점을 잃고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다미는 남은 한 알을 자신의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안녕, 나의 전부였던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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